「과거를 묻지 마세요」 노래비(碑)가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거리공원에 세워졌다. 아직 전후(戰後)의 분위기가 가시지 않은 57년, 정성수 작사·전오승 작곡에 나애심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타고 세상에 선을 보인 이 호소력 있는 노래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장벽은 무너지고 강물은 흘러,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도 끝없는 대지 위에 꽃은 피었네. 아아 꿈에도 잊지 못할, 그립던 내 사랑아…>장벽은>
이 대중가요는 시간의 흐름이 절망을 용서와 화해로 바꿔놓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참담한 처지를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은 비석으로 영구히 남게 된 40년전의 이 노래에서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최근 중앙취업연구소가 올 1∼3월 사이에 재취업에 성공한 42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과거를 잊고 스스로를 낮춰 취직하려는 태도」가 가장 필요했고, 많은 취업정보를 갖고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사무직에서 기술직으로 바꾼 이들이 가장 많이 성공했으며, 「내가 왕년에」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과거를 잊어야 마음 편히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 삼미그룹 부회장에서 프랑스식당 웨이터로 변신한 서상록씨, 주차장 관리인으로 일하기 시작한 도쿄(東京)올림픽의 권투 은메달리스트 정신조씨, 미술관의 유명 큐레이터에서 목수로 직업을 바꿔 「목수 김씨」전(展)을 가진 김진송씨등의 새 출발이 요즘 화제가 되면서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아무리 하찮더라도 주인을 먹여주지 않는 직업은 없다」는 프랑스 속담도 있다. 수입과 직급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하고 낯선 일을 하기 시작한 이름없는 많은 전업자들 덕택에 우리 사회의 생산성과 대외경쟁력은 높아지고 마침내 경제난도 극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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