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방송 단계 개방’ 공허한 주장 아닌가/외국위성은 뜨고 있는데 外資참여 시안은 모호/세계적 언론재벌 머독 “내년 본방송” 이미 발표/급속한 기술진보 만큼 현실은 법을 앞서간다외국자본과 대기업·언론사의 방송사업 참여 허용여부는 법 제정이 지연되는 중요사유중 하나이다. 특히 위성방송사업 참여여부는 첨예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국민회의와 신한국당은 반대-허용으로 맞서왔다. 논의되고 있는 시안에 따르면 외국자본은 지상파는 물론 위성방송사업도 할 수 없다.
방송채널사용사업(프로그램공급업·PP)은 15% 지분한도 내에서 외국자본에 개방됐다. 종합유선(케이블TV)방송사업자에는 대기업과 언론사가 참여할 수 있으며 외국자본은 15%한도 내에서 참여 가능하다. 시장개방을 인정한 절충안인 셈이다. 그리고 역차별이 없도록 국내 기업·언론사에 대한 진입장벽을 철폐하되 위성방송사업의 개방만 유보했다.
그러나 현실은 급속한 기술진보의 속도만큼 법을 앞서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150개의 신문·방송사를 소유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국내위성사업 참여가 그것이다. 머독의 뉴스코프사와 데이콤이 자본금 1,000억원에 15∼30% 지분으로 합작한 데이콤 새틀라이트 멀티미디어 시스템(DSM·사장 유세준)은 99년 하반기 본방송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2월에 공개했다. 채널이 2개인 일본NHK를 시청하는 가구가 국내 300만가구로 추산되는데 DSM은 NHK처럼 아날로그방식이 아닌 디지털방식이어서 채널수가 80개나 된다. 이를 통해 영화 「타이타닉」같은, 뉴스코프 계열사가 만드는 흥미만점의 영상물이 쏟아지게 된다. 화질이 뛰어난데다 원하는 시간에 프로그램을 골라서 보는 NVOD(Near Video On Demand), 시청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는 PPV(Pay Per View), 쌍방향 멀티미디어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는 더욱 위협적이다. 그동안 ▲프로그램 수입과 수신료로 외화 낭비 ▲선정적인 저질 프로그램 유입 ▲초기투자단계의 국내 과당경쟁등 위성개방에 따른 부정적 측면을 강조해 왔지만 외국위성은 이미 뜨고 있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개방이 불가피한 현실을 감안하면서 일단 외국자본을 제한, 「점진적 개방론」을 표방한 시안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플랫폼업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 맹점이다. 플랫폼업이란 방송편성·마케팅·프로그램 공급을 겸하는 일반적 형태로 DSM도 이에 속한다. 국민회의시안은 명문상 외국자본을 제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참여가 가능하다. 이효성(성균관대)교수는 『미국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정을 명시한 반면 일본에서는 규정이 없어 오히려 외국위성의 참여가 가능하다』며 『시안은 외국자본 참여를 금지하려는 것인지, 융통성있게 허용하려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유보기간에 국내 프로그램제작업의 육성·지원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지적이다. 한때 「다채널의 환상」을 심어준 케이블TV는 채널이 29개나 되지만 외주제작비율이 11%대(97년8월)에 불과해 독립프로덕션 육성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와 업계가 기금을 공동조성, 제작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등을 고려해 볼만하다. 호주는 통신예술부 산하기관인 AFC가 연 2,900만달러의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문화적 시각에서 문화정체성을 지키려는 뚜렷한 철학도 필요하다. 위성방송을 포함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을 앞둔 프랑스의 에르베 부르주방송위원장은 4월초 내한했을 때 『무차별적인 외국자본의 위성방송 참여는 문화정체성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할리우드영상산업의 세계지배를 겨냥한 말이다. 제시된 시안중 위성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와 심의는 방송위원회에 넘기기로 한 상태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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