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半을 직배영화에 뺏기고 제작편수 등 외형은 줄었지만 첨단 흥행기법·신인감독 등장으로 편당 관객수는 늘어났다88년, 슈퍼301조를 등에 업은 미국의 직배영화사 UIP는 영화 「위험한 정사」를 들고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영화인들은 「한국영화의 위기」라며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직배영화사는 한국영화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직배영화사도 UIP-CIC(종전의 UIP) 하나에서 20세기폭스코리아, 워너브러더스, 콜럼비아트라이스타영화㈜, 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 등 5개사로 늘어났다. 잃은 것이 시장이라면, 얻은 것은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그 경쟁력이 아직도 미약한 것이 우리의 문제다.
직배영화의 시장 장악 규모는 매년 커졌다. 89년 10편으로 130만8,842명(서울 개봉관 집계)의 관객을 모았던 직배영화는 91년 50편 개봉에 729만5,491명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프린트수 제한(16개)이 해제된 94년에는 75편의 영화로 9,656,503명을 끌어들였다. 지난해에는 73편을 개봉,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97년 총수익은 약 607억원, 자국송금액은 약 280억원(문화관광부 추산)에 이른다. 흥행 10위중 8편이 직배영화였던 96년에는 시장점유율이 46.5%였다.
가장 많은 관객을 기록한 영화는 90년 11월부터 91년 3월까지 5개월간 상영된 「사랑과 영혼」(UIP). 찡한 러브 스토리에 할리우드의 첨단 컴퓨터그래픽이 가세한 이 영화는 서울에서만 168만3,263명이 보았다. 우리 극장사상 최고기록. 그에 도전하는 영화도 현재 상영중인 직배영화 「타이타닉」(130만명)이다. 93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공원」(UIP·106만3,352명), 95년 여름을 휩쓸었던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온 킹」(92만948명), 96년의 만화같은 SFX물 「인디펜던스데이」(20세기폭스·92만3,223명))등이 관객 100만명 내외를 기록했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외형이 줄었다. 121편이 제작됐던 91년을 고비로 연간 제작편수가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93년에는 63편으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불과 59편만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충무로를 지탱해온 중소 영화제작업체들은 소멸했고, 대신 93년부터 SKC 삼성 대우등 대기업 자본이 뛰어들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편당 관객이 늘었다는 사실. 91년 121편의 영화로 1,100만여관객(전국 시 이상 개봉관 집계)을 모았던 한국영화는 96년 65편이 개봉돼 975만여명이 관람했다. 편당 관객은 91년 9만1,400명에서 96년 16만명으로 늘었다. 물론 이 수치는 서울개봉관 관객으로만 집계하는 직배영화 관객수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약진세만은 분명하다. 95년까지 20% 내외이던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96년 22%, 97년 25.5%로 늘어났다. 한국영화가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할리우드식 흥행기법의 과감한 도입, 세대교체를 이룬 신인감독들의 치열한 작가정신의 결과로 분석된다. 이제 한국영화는 마니아들에게 『별 볼일 없는 영화』가 아니라 『꼭 봐야 하는 영화』로 인식되고 있다. 88년 직배반대투쟁의 선봉에 섰던 정지영감독은 『직배영화가 우리영화인에게 문화침략에 대한 자각과 아울러 사명감을 주었다』고 풀이한다. 평론가 강한섭씨의 「직배영화의 한국영화시장 확대효과론」이 확증된 셈이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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