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럽통화동맹의 과제(유러,유럽: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럽통화동맹의 과제(유러,유럽:중)

입력
1998.05.01 00:00
0 0

◎동맹국 이해조율·獨佛합심 관건/각국 경제주권 사라져 정책운용 제약 갈등소지 獨·佛 중앙銀독립 싸고 주도권 경쟁 벌써 불꽃유럽의회는 30일 유럽연합(EU) 11개국을 유러 출범회원국으로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공식 승인했다. 그러나 순조로운 추진에도 불구하고 유러의 성공까지는 아직 수많은 난제가 쌓여있다.

2001년의 유럽.

스페인 포루투갈에서는 경기가 과열돼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데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에서는 경기 냉각으로 실업이 늘고 기업들이 쓰러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이들 정부로부터 압력이 빗발친다. 한 쪽에서는 금리를 올리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내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ECB는 대승적 차원의 중장기적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기존 금리를 고수하는 입장을 견지한다. 불만이 폭발한 일부 국가들이 유럽통화동맹(EMU)을 탈퇴, 동맹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장미빛 유러(EURO)가 깨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러시대에는 개별국가가 정책수단을 마음대로 동원할 수 없다. 경제주권의 상당부분이 ECB 등 EMU의 사령탑에 이관되기 때문이다. ECB가 통화신용 및 금리정책을 쥐게되며 국가의 예산편성마저도 이른바 안정화협약에 의해 상당한 제약을 받게된다.

동맹체제의 갈등과 균열의 소지가 여기서 발생한다. 다시말해 나라마다 다른 경제상황과 이해관계를 여하히 조율해 나가느냐에 유러의 성패가 달려있는 것이다.

유러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러체제의 운영에 대한 양국의 철학이 이질적이며 여기에 패권 다툼까지 가세하고 있다.

통화신용정책의 사령탑이 될 ECB에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부여하느냐에 관해서 양국은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ECB가 정치적 간섭이 완전히 배제된 절대적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프랑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견제와 균형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CB 초대총재 인선을 놓고 막판까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도 이런 논리적 배경과 헤게모니 싸움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프랑스는 유러 출범을 계기로 역내의 경제 헤게모니가 독일에게 완전히 넘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내달 구성될「유러­X 위원회」도 이같은 갈등과 타협의 산물이다. 유러 출범회원국인 11개국 재무장관이 참여할 이 위원회는 동맹국들의 경제정책 공조와 조율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비공식 「정치적 협의체」다. 유러가 순수한 경제논리와 협정상의 규정대로 엄격하게 운영되게 밀어부치려는 독일에 대한 견제장치로 프랑스가 고안한 것이다.

유러­X 위원회는 ECB와 더불어 유러를 이끌어갈 양대 지휘소가 되기 때문에 유러 가입을 보류한 영국 등도 참여를 강력히 희망했으나 거부당했다. 영국이 언제 유러에 가입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토니 블레어 정부는 지난해 가입여부에 대한 결정은 내려졌으나 2002년 이전에는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러의 성공관건은 일차적으로 독불간의 합심단결에 달려있다.<브뤼셀=송태권 특파원>

◎각국 유러 지지도/伊 78% 최고·핀란드 32% 최저

유러의 출범을 앞둔 11개국 국민들의 정서에는 기대과 불안감이 병존하고 있다.

유러를 지지하는 국민은 전체적으로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의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러에 대한 지지도는 나라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국민이 78%로 단연 높고 핀란드가 32%로 최저수준이다. 이탈리아 국민이 유러 참여를 갈구하고 있는 까닭은 자국통화(리라)에 대한 강한 불신, 유러화에 대한 기대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력이 탄탄한 나라일수록 지지도가 떨어져 독일(40%) 오스트리아(44%)가 핀란드 다음으로 낮은데 이는 유러에 편입된 후 자국통화와 경제가 물타기식으로 약화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벨기에 룩셈부르그 네덜란드는 찬성율이 각각 57%, 62%, 5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베네룩스 3국은 개방경제와 금융 및 교역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국민들의 현실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프랑스는 평균이상인 58%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면 최근으로 올수록 반대보다 찬성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모든 나라에서 똑같아 국민들 간에 유러를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잡혀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브뤼셀=송태권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