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지 20년이 됐다. 78년 4월29일 고리1호기가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래 현재 국내에서는 원전 12기가 1,000만㎾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의 3분의 1은 원전에서 나온 것이다. 원자력기술도 2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95% 이상의 자립도를 갖춰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리는 원전에 있어서 성인이 된 셈이다.그렇지만 「원자력=암」이라는 등식 때문에 원자력은 여전히 혐오의 대상이다. 최근 실시된 원자력 관련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91%가 원전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자기 고장에 짓는 문제에는 53%가 반대했다. 원전에 대한 양면성을 보여주는 조사결과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원자력 자체보다 정책에 대해 불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원전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소홀했던 정책이 원전 기피현상을 자초했다. 쌓여가는 핵폐기물의 처분장으로 선정했다가 취소한 90년 안면도사건은 원자력정책에 대한 불신을 최고조로 만든 사례였다.
사실 원전 사고확률은 100만분의 1 이하이며,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3중 4중의 안전장치가 있어 피해가 생기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고 자칫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원전을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원자력 선진국이라는 미국 일본 프랑스의 경우 원전 건설 전후의 암 발생차이를 공개하면서 투명한 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또 지역주민의 대표들이 직접 원전을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 원전의 생활화를 꾀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민들의 지지기반 없이 원전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게 됐다.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정책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2010년까지 원전 17기를 추가로 건설하려면 원전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하면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책을 일관성있게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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