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자해 한달만에 또 한솔상무 자살기도/병원이송후 환자이름 무명씨로/5∼6 바늘 꿰맸는데 3바늘로/원인도 ‘자백강요 압박’을 ‘충동’으로검찰의 무리한 수사관행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비리와 관련, 검찰의 조사를 받다 23일 자살을 기도한 (주)한솔제지 이명철(李明喆·48) 상무 사건은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의 자해사건 발생 한달여만에 벌어져 더욱 충격적이다.
검찰은 29일 이 사건이 본지 보도로 처음 공개된 이후에도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해 비난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자해」사건은 사소한 일로 판단돼 수뇌부에게 보고하지 않았으며 당연히 공개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23일 오전 7시께 이씨의 자살기도 사건이 발생한 직후 담당 수사진은 곧바로 『언론에 알려야 한다』며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씨를 치료했던 강남성모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당시 이씨를 병원으로 옮긴 뒤 환자이름을 「무명씨」로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목의 상처정도도 검찰의 발표대로 3바늘을 봉합한 게 아니라 5∼6바늘이나 꿰맸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씨가 자살을 기도한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이 모시는 조동만(趙東晩) 부회장로부터 질책을 받고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이며, 조사과정에서 가혹행위 등 불법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의 해명과는 달리 이씨는 수사관의 자백강요에 따른 심리적인 압박감때문에 자살을 기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한솔측에 알아본 결과 검찰이 자백을 강요, 이씨가 일을 저질렀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조부회장의 수백억대 비자금조성과 자금세탁에 깊이 간여해온 이씨는 21일 밤 11시20분께 조부회장과 함께 소환돼 이틀째 밤샘조사를 마친뒤 23일 오전 7시께 대검중수부 10층 수사관실에서 진술조서를 읽던 중 탁자에 머리를 들이받고 탁자위에 놓인 문구용 가위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기도했다.<박정철·박일근 기자>박정철·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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