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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신탁 35兆를 노려라” 금융권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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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신탁 35兆를 노려라” 금융권 격돌

입력
1998.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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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수수료 안무는 6월이면 ‘은행이탈’ 가능성/“단기·고금리”투신·종금 유혹에 은행들 방어부심지난해 12월 은행들이 20%대의 배당률을 제시하며 일제히 내놓은 고금리 상품인 신종적립신탁에 들었던 남모씨. 최근 이 자금을 그대로 두어야 하나, 빼내 다른 상품에 투자해야 하나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6월 이후면 적립신탁을 해지하더라도 수수료를 물지 않는데다 제2 금융권에 단기 고금리 상품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신종적립신탁은 상품판매 한달만인 1월까지 35조9,174억원 규모의 수탁고를 올렸다. 높은 배당수익과 안정성을 노린 돈들이 갑자기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품은 2월 이후 해지 수수료 면제기간이 1년이상으로 늘어났고, 해지 수수료율도 높아져 단기 이자소득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2월 1조9,768억원, 3월 1조2,270억원의 추가 수탁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6월 이후 35조원이 넘는 은행 적립신탁 자금이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투자신탁 종합금융사들이 이 돈을 유치하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은행도 방어전략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다.

■전전긍긍하는 은행

은행연합회는 최근 정부에 신종적립신탁의 만기와 중도 해지율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유는 1월 이후 석달 동안 은행 신탁계정의 수탁고가 9조5,000억원이나 감소했기 때문. 시중 자금이 갈수록 6개월 미만의 단기 투자로 바뀌면서 은행 신탁상품 이탈은 가속이 붙었다. 특히 2월 이후 신종적립신탁 만기가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어나고 중도해지 수수료가 1.5∼3%로 올라가면서 상품 투자 매력이 크게 감소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체 금융업 가운데 은행신탁만이 유일하게 감소세』라며 『빠져나가려는 돈을 지급하기 위해 시장성 있는 자산을 처분하게 되면 은행 경영은 더욱 악화한다』고 우려했다.

■투신사 방어

은행들이 신탁업무 완화의 목소리를 높이자 투신사들은 은행이 신탁전문회사들의 고유 영역까지 침해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높은 위험성을 안고 투자해 고수익을 배당하는 것은 투신사 업무라며, 안정성 있게 장기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기업의 돈줄이 돼야 할 은행까지 여기에 끼어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은행신탁업무에 대한 규정이 허술한 상황에서 단기 신탁업무가 늘어나는 것은 길게 보아 은행은 물론 금융시장 전체의 부실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은행신탁업무를 어떻게 끌고 갈 지 지침을 세워야 한다』며 『단기자금 조달로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신탁업무를 활성화한다면 은행과 다른 금융권의 고금리 싸움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열 정비하는 종금

은행과 투신사의 물밑 싸움에서는 한발 비켜 서 있지만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종금사도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6월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종금업계는 외환위기 전인 지난해 11월말 현재 현금과 예금을 포함한 일반 유동자금이 5조5,000억원이었다가 일부 종금사 인가취소 등으로 2월말 현재는 2조7,000억원 정도로 준 상태. 종금업체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중심으로 현재 1개월 만기에 최고 23%까지 금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액수가 큰 경우 금리를 1∼2%포인트 더 올려주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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