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軍 개혁의 막전막후:7(문민정부 5년:19)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軍 개혁의 막전막후:7(문민정부 5년:19)

입력
1998.04.30 00:00
0 0

◎하나회이어 터진 海空軍 “진급뇌물”/“前해군총장 부인이 수억대 받아챙겨” 방송보도로 발칵/6共때묻은 해공군장성 肅軍방법 찾던 청와대 즉각 수사지시/前총장·현역장성 등 15명구속… “육군서 제보” 희생양 주장도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하나회숙정」이라는 회오리바람이 군을 강타하던 1993년 봄.

그해 YS정부는 취임 열하루만인 3월8일 김진영(金振永) 육참총장과 서완수(徐完秀) 기무사령관등을 전격 경질한 데 이어 4월2일에는 안병호(安秉浩) 수방사령관과 김형선(金炯璇) 특전사령관 등도 갈아치웠다. YS는 「쇠뿔은 단김에 빼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4월6일 육군 2, 3군 사령관을 경질하더니 동빙고동 하나회 명단 살포사건을 기화로 15일에는 군단장, 사단장 인사를 정기인사 시기보다 2달여나 앞당겨 단행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였다.

육군이 하나회명단 살포사건에 휩싸여 경황이 없던 4월22일 저녁 10시께. 서울 동작구 대방동 김철우(金鐵宇) 당시 해군참모총장 공관에 김만청(金萬淸) 당시 참모차장과 안병태(安炳泰) 당시 작전참모부장등 해군수뇌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갑자기 소집된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거웠다. 이들이 이처럼 늦은 밤에 모여든 것은 이날 저녁8시 서울방송에 보도된 해군 인사비리 관련 뉴스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김종호(金鍾浩) 전 해군참모총장이 총장재직때인 90년 장성진급 심사과정에서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그의 부인 신영자(申英子)씨가 나서서 장교부인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아 챙겼습…. 그동안 해군에서는 진급철마다 대령진급의 경우 수천만원, 준장진급 경우에는 1억원을 상납하지 않고는 진급이 어렵다는 말이 파다했으며…현역 해군 S대령은 부인을 통해 신씨에게 3번에 걸쳐 거액을 상납했으나 누락되자 화병으로 형님집에서 침술치료중입니다. 또 진급뇌물을 마련하느라 빌린 돈을 갚기위해 장교부인이 우유배달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리포트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몰래카메라에 잡힌 진급뇌물 상납부인의 「적나라한 폭로」가 워낙 생생하고 수법마저 기상천외해 국민들은 할 말을 잊었다. 국방부와 청와대에도 즉각 비상이 걸렸고 관련부처마다 채널을 동원해 진상파악에 돌입했다. 이날 방송뉴스로부터 시작된 군고위층 인사비리 사건은 그후 율곡비리 수사와 겹쳐지면서 5,6공 시절 한때 잘나갔던 해·공군 수뇌부가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비참한 결과로 끝맺음한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진지 5년여가 지난 오늘날 대부분의 해·공군 관계자들은 문민정부 초기에 터진 인사비리 사건으로 해·공군만이 처벌받은 것은 육군측의 고도의 전략에 따른 희생양적 성격이 짙었다고 주장한다.

해군본부 고위장성이었던 예비역 K제독의 증언. 『육군 하나회의 왕별들이 줄줄이 낙화하는 것을 보며 해·공군측에서는 본능적으로 자신들에게도 뭔가가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해·공군에 육사출신의 하나회와 같은 「사조직」이 없다는 것은 군내외에 다 알려진 일입니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신정부가 구정권에서 잘나갔던 해·공군의 수뇌부를 솎아내기위해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했지요. 그러던중 모방송사에서 진급비리를 취재중이라는 것을 알고 보도를 막기위해 애를 썼습니다만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아마도 육군측에서 해당기자에게 제보해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군측에서는 가까스로 당시 김철우 해참총장때의 비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4월22일 오후3시로 예정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인천 제2함대사령부 방문이후에나 보도가 나가도록 요청했지요. 그러나 김대통령의 해군방문후 불과 5시간만에 그 보도가 나간겁니다. 아마도 청와대도 사전에 보도내용을 보고받아 알고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을 처음 보도했던 서울방송 김천홍(金千鴻·현 서울방송 베이징특파원)기자의 설명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당시에도 그같은 말이 있었습니다만 해·공군만을 손보겠다는 불온한 목적을 가진 특정집단의 제보를 받아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문민정부들어 사회전반에서 과거청산의 목소리가 높던 차에 군내부에도 그같은 구태의연한 비리가 있을 거라고 판단해 취재에 들어갔던 겁니다. 특히 과거에 말로만 떠돌았던 「인사비리」를 이번 기회에 파헤쳐보는 게 좋겠다 싶어 각군을 취재하던중 해군쪽에서 우연히 그런 사실이 걸렸습니다. 다만 보도과정에서 청와대측이 제지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우리에게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하는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이상하게 생각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는 즉각 다음날인 23일 대검중수부와 군검찰이 수사에 착수토록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비서관출신 K씨의 증언. 『문민정부는 출범초기에 군개혁의 가닥을 사조직 척결과 율곡사업등 대형 방위력개선사업에 대한 의혹확인및 인사제도 개선등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같은 차원에서 육군의 경우에는 하나회제거 원칙을 세워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었고 여론도 뒤를 받쳐주었습니다. 그러나 해·공군의 경우는 6공정부의 때가 묻은 고위장성을 자연스레 정리할 계기가 없어 기무사등을 통해 관련파일을 점검한 결과 상당수 고위장성들이 진급비리에 연루돼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적절한 수사착수 시기를 저울질 하던 차에 언론에서 먼저 터져나온 것이지요.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1차로 기무계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실에 근접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즉시 수사지시를 내렸지요』

수사는 두갈래로 나누어 진행됐다. 예비역의 경우는 당시 사정의 선봉에 섰던 대검중수부가 수사를 맡았고 현역은 국방부 합조단이 나섰다.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이미 상당수의 비리혐의가 국군기무사의 내부 존안자료에 비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종호 전총장 부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부인 신씨를 수사착수 당일 오후에 창원지검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수사착수 나흘만인 27일 김전총장을 구속하고 김전총장에게 뇌물을 바친 조기엽(趙基燁)전 해병대사령관도 구속했다. 조사결과 김전총장은 총장재직때 조 전사령관으로부터 1억원을 받는등 장군 2명과 영관장교 4명으로부터 3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수사착수 이틀만인 24일 군수사당국에서 정용후(鄭用厚) 전공참총장도 진급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발표가 나와 드디어 진급비리 파문이 공군으로까지 번져갔다. 정 전총장은 90년 9월 임기를 9개월앞두고 「건강상의 이유」로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사실은 진급심사때 거액을 챙긴 것으로 밝혀져 강제전역시켰다는 게 국방부의 발표였다. 정씨는 검찰출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진급심사와 관련해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실제로는 공군 차세대전투기 기종선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반대에도 불구, F16대신 F18을 고집한 것과 청와대 및 국회의원들의 진급청탁을 거절한 괘씸죄로 국군 수도통합병원에 강제입원당한 후 전역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됐다. 그러나 정전총장은 검찰조사후 총장재직 당시 진급대상자 7명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정 전총장의 수사를 맡았던 당시 검찰간부 A씨의 증언이다.

『정용후 장군은 공군내부에서 신망이 높았던 사람이어서 수사에 매우 조심해야 했습니다. 더구나 본인이 정치적으로 억울하다고 주장한데다, 공군의 현역 영관장교들이 동기생모임을 잇달아 갖고 「비리가 더큰 육군은 놔두고 우리만 손보려한다」는 등의 수사형평성 문제등을 제기하는 바람에 곤혹스러웠지요. 다행히 과거 기무사에서 조사해놓은 수사철을 보여주자 순순히 자백했습니다. 이같은 점이 감안돼 조기에 형이 확정되고 곧 사면복권이 이뤄진 것으로 압니다』

검찰수사는 1주일여만에 김종호 전해참총장과 정용후 전공참총장, 조기엽 전해병대사령관등 예비역장성 3명과 현역장성·대령등 12명등 15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입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한때 해·공군과 귀신잡는 해병을 호령했던 일국의 참모총장들이 「파렴치범」으로 몰려 쇠고랑을 차는 건군이후 초유의 비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윤승용·유성식 기자>

◎진짜 별값은 얼마인가/뇌물 ‘공정價’ 1억원說/준장 계급장값 2,412원 예우 36가지 달라져

『별값이 얼마인 줄 알기나 하느냐』

해·공군 진급비리 사건당시 시중에 유행한 말이다. 김종호 전해참총장의 부인 신영자씨가 당시 S대령의 부인 J씨에게 받은 4,000만원이 『적다』고 돌려주면서 건넨 말로 알려져있다. 당시 검찰수사 결과 대령진급에는 5,000만원, 준장은 1억원이 공정 뇌물액수인 것으로 드러났었다.

그러나 정말 별값은 얼마나 될까? 정작 장군들이 모자와 어깨에 다는 계급장용 별값은 5,000원도 안된다. 국방부 군수국에 따르면 정장용 철제계급장 구입가는 대장이 4,560원, 중장 4,507원, 소장 3,599원, 준장은 2,412원에 지나지 않는다. 재질은 백동판을 백금으로 얇게 도금한 것. 하지만 말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별을 딴 장군들이 국방부에서 지급하는 「관급별」만을 다는 것은 아니다. 한때 장군들은 장성진급시 순금으로 만든 「진짜 황금별」을 진열대에 모셔놓는 게 유행이었다. 대개 집안친지들이 금은방에서 순금이나 순백금으로 맞추어 승진기념으로 증정한 것이다. 때문에 매년 10월께 정기 진급철이면 유명 귀금속 상가는 「황금별 맞춤경기」로 반짝 호황을 맞기도한다. 대장까지 승진하면 이런저런 인연으로 받은 황금별이 대여섯개나 되기도 한다. 지난번 금모으기 운동때 어떤 현역대장은 동창선물로 받은 「황금대장별」을 그대로 낼 경우 남들이 이상히 여길까봐 네토막을 내서 준장용 4개로 위장해 기탁했다는 후문이다.

장군이 되면 또 대통령으로부터 「삼정도」라는 큰 칼을 받고 위관급 전속부관을 거느릴 수 있으며 권총도 45구경에서 리벌버로 바꿔 차는 등 모두 36가지나 예우가 달라진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장군님」호칭을 들으며 빛나는 별이 달린 모자를 쓰고 견장을 단채 휘하장병들을 지휘할 수 있다는게 가장 멋진 일임에 틀림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