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기업회장 이름이 猛猪 ‘사나운 돼지’/호텔직원 車由晶·申明… 이름이 창문투성이/고향 그리는 마음에 대동강 옛이름 ‘패강’ 改名이름에 돼지 저(猪)자가 들어가서 고기를 팔게 된 것 아니오?』
축산기업중앙회장 최맹저(崔猛猪·62)씨는 이런 말을 흔히 듣는다. 이름이 「사나운 돼지」인 그는 평생 식육유통업을 해왔고 그런 업소단체의 회장직을 13년째 맡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이름이야기를 꺼린다. 유감스럽게도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아 이름의 정확한 내력은 들을 수 없었다.
「이상한」 이름은 참 많기도 하다. 호텔 홍보담당자 중에는 창문을 연상시키는 글자(日 曰 口)가 들어간 사람이 많다. 노보텔 앰배서더 홍보실차장 차유정(車由晶·33·여)씨의 이름은 창문투성이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홍보계장 신명(申明·29·여)씨는 창문이 8개나 된다. 웨스틴 조선호텔 홍보실장 이창희(李昌熙·37)씨도 그렇고 이 곳에서 「지배인」으로 통하는 직원 배지인(裵知仁·26·여)씨도 창문 하나는 달고 있다.
글자대로면 「원래(元) 쉬게(休) 돼 있는」 박원휴(朴元休·39·체인정보 대표)씨는 남의 창업을 도와주는 창업컨설턴트.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큰 일 많이 해놓고 크게 쉬라」는 뜻이라더군요. 요즘은 그 이름해석을 좌우명처럼 삼고 있어요. 어느 순간이 되면 이 일은 놓고 내면의 안식을 취하며 인간교류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서울시 감사실장 제타룡(諸他龍·60)씨도 『할아버님이 이름을 지으신 깊은 뜻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타(他)자는 남을 위해 살라는 뜻으로 남의 나라(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공직생활에서 보람을 느낄 때 「남을 위해 살라 하신 게 이런 뜻이었구나」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서양화가 김점선(金點善·52·여)씨도 이름이 직업을 말하는 듯 하다. 『이름을 보니 태어나기를 화가로 태어났구나 하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외삼촌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이마 한 가운데 점이 있어서 점자를 넣었고 착할 선자는 주역 획수에 맞춰 넣은 글자라더군요. 그런데 하다 보니 선을 특히 강조하는 화풍이 됐어요』
LG증권 노조위원장 김붕락(金朋樂·44)씨는 지난 해 5월 증권사 단일노조위원장을 맡으면서 본의 아니게 구설수에 올랐다. 최고의 기피단어인 「붕락(崩落·주가 대폭락)」과 발음이 같아 『그러니 증권이 안되지』하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님이 「논어」의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붕자와 락자를 따 지으신 이름입니다』
사계절출판사 대표 강(姜)맑실(42·여)씨는 아버지가 「맑은 골짜기」라는 뜻으로 지어준 순한글 이름. 『험한 세상 맑은 골짜기처럼 살라는 뜻입니다. 초등학교때는 「막내라고 막실이지?」라고 놀림을 받았고 대학때는 「마르크스 여동생이냐?」는 말을 들었어요. 그러나 아버님의 뜻대로 살고 출판도 그런 자세로 하려고 합니다』
단국대 명예교수 황패강(黃浿江·69)씨의 이름에는 고향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담겨 있다. 원래 이름은 일영(日榮). 평양사범대 재학시절 대동강의 옛 이름인 패강을 호로 썼는데 1·4후퇴때 월남해 호적을 만들면서 이름으로 올렸다. 평양에 돌아갈 때까지 대동강을 그리며 살겠다는 뜻이었다. 부인은 김필출(金畢出·69)씨. 딸을 그만 낳고 싶은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53년 결혼식때 주례목사님이 「황금이 필출(必出)하니 일영이라(황금이 꼭 나오니 날마다 영화로다)」고 덕담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몇년전에는 제자인 모 교수가 패강이라는 이름을 팔든지 달라고 하더군요. 물론 안된다고 했지요』
이태호(李泰虎) 역학연구원장은 『이름은 주역의 원리에 따라 성과 사주, 획수에 맞게 짓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이름이 특이하다고 인생의 성패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름을 보면 의미를 따져 보고 싶다. 이상한 이름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호사(好事)거리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옛사람들의 이름/자·호·시호 등 여러 이름사용
이(珥). 숙헌(叔獻). 율곡(栗谷). 석담(石潭). 문정(文正). 모두 한 사람을 일컫는 호칭이다. 이는 이름, 숙헌은 자(字), 율곡과 석담은 호(號), 문정은 시호(諡號)다. 조선조까지만 해도 이렇게 이름이 복잡했다. 그만큼 인간에 대한 칭호를 귀히 여겼기 때문이다.
자는 20세에 성년식(관례)을 치를 때 윗사람이 지어준다. 호는 명과 자 외에 위아래 누구나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칭호. 시호는 한 인물의 사후에 생전의 행적을 평가해 국가에서 내려준다. 시호는 공적에 따라 쓸 수 있는 글자를 정해놓은 시법(諡法)에 따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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