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국 헤쳐가는 모습 등 사회적 관심 맞물려/생애다룬 소설 잇달아『이성의 계몽자이며 투명하고 명백한 사람』(괴테), 『신념도 전통도 없고 게다가 프랑스인도 아닌 한 인간이 운명의 짓궂은 장난으로 최고의 자리로 솟아올랐다』(톨스토이), 『19세기의 폭군』(스탕달), 『그에게서 우리는 더욱 고양된 인성과 잔인한 인성의 필연적인 결합을 본다』(니체).
한 인간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는 프랑스혁명의 와중에서 군인으로 출세를 거듭하는데 처음에는 혁명이념의 전파자, 나중에는 그 이념의 배신자로 18세기말부터 19세기초 유럽의 정치·정신적 좌표를 뒤바꿔 놓았다. 지금까지도 영웅이냐 독재자냐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그를 따라 다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도서출판 오늘이 낸 「영웅 나폴레옹불가능은 없다」를 시작으로 나폴레옹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잇따르고 있다. 나폴레옹붐은 국제통화기금 체제와 맞물려 난국을 헤쳐나가는 인간상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웅…」은 4권(각 8,500원)의 분량에 나폴레옹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했다. 니혼(日本)대 나가사기 류지(長塚隆二·74)교수의 86년 원작을 전문번역가 문용수씨가 옮겼다. 전기 전사(戰史) 신문기사 회고록은 물론 80년대 초까지 각국에서 나온 연구서 등 100여권의 관련 문헌을 치밀하게 녹여 소설로 엮었다.
문학동네는 5월20일께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전5권, 서강대 강사 임헌씨 옮김) 1, 2권을 내놓는다. 일대기를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엮은 소설. 갈로는 소설가이자 진보적 역사학자로 교수 국회의원을 거쳐 미테랑대통령 시절 정부대변인을 지냈다. 지난해 원작발표 당시 유럽지성계의 호평을 받았다.
세계사는 장 폴 카우프만(54)의 97년 소설 「나폴레옹」을 5월 중순, 파트릭 랭보(52)의 「전투」를 7월에 내놓을 계획이다. 「나폴레옹」은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돼 숨질 때까지 5년반의 삶을 중심으로 영웅에서 한 인간으로 돌아온 모습을 일기처럼 써나갔다. 「전투」는 나폴레옹보다 전쟁의 허망함에 무게를 둔 역사소설. 1809년 나폴레옹군대와 오스트리아군의 에슬링전투를 소재로 「광란의 30시간」을 정밀하게 묘사, 97년도 공쿠르상과 아카데미 프랑세즈상을 수상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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