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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희생羊만 잡고 끝내려나”/‘빗나간 환란수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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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희생羊만 잡고 끝내려나”/‘빗나간 환란수사’ 비판

입력
1998.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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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흔든 세력 놔두고/생존위한 로비만 캐고…/환란 초래한 책임보다 개인비리만 들추다니…검찰의 환란(換亂)수사 방향에 심각한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두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김선홍(金善弘) 전 기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기아사태가 환란을 부른 주범인 것처럼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강경식(姜慶植) 전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도 주로 개인비리를 캐는 쪽으로 흘러 정작 환란에 대한 책임부분은 희석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문제점때문에 『환란의 본질이 호도되고 있다』 『검찰이 지금 무엇을 수사하고 있는 지 조차 모르겠다』는 등의 비판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외환 위기를 악화시킨 한 원인이 된 기아사태가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됐다면 그 원인과 과정이 심층적으로 해부돼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검찰 수사는 공소유지를 전제로 하기에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기아사태의 원인제공 부분을 덮어버리고 결과만 따지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아가 「살기 위해」 벌인 로비가 문제가 됐다면 기아를 「먹기 위해」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진 로비 의혹도 파헤쳐야 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국회 재경위의 한 야당의원은 『강골인 강전부총리가 기아의 반격에 주춤거려 의아해 했다. 이는 기아의 로비력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회의의 한 중진의원은 『강전부총리가 기아 흡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과의 유착의혹을 받고 있어 명쾌하고 신속한 처리를 못했다고 본다』고 보다 직설적으로 말했다.

여권의 한 중진은 『검찰이 기아부도 전후에 제기된 의혹들을 끈질기고 치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재계의 풍문으로는 삼성이 기아를 접수하기 위해 금융흐름을 왜곡했고 그 여파가 기아부도, 나아가 외환위기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사후(事後)문제인 「기아의 로비」만 따질게 아니라 사전 원인인 특정세력의 로비, 자금시장 조작의혹 등도 수사해야한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여러 채널을 통해 여권 핵심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는 아직 단안을 내리지는 않고 있다. 죄를 따지자면 원인제공자에 더 비중을 둬야하나, 수사확대가 정국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먼저 경제실정 청문회를 통해 환란의 원인과 책임을 총체적으로 규명한 뒤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면 수사방향이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거야(巨野)의 반발 등 정치논리에 따라 청문회가 연기된 것을 아쉬워 하기도 했다.<이영성 기자>

◎검찰의 입장/“비호세력 찾기 본질 벗어난건 아니다”

검찰은 경제실정 수사가 초점을 비켜가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는 여론에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수사강도는 결코 낮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초점이 외환위기의 진상규명에 있는 만큼 외환위기를 초래한 정책계선에 있었던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검찰이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법감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관련 관료, 기업인들의 개인비리쪽에 수사의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재계와 국민들의 지적에 대해 검찰은 『검찰조직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한다. 검찰은 우선 경제실정 수사가 감사원 특감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감사원이 자체적으로 ▲환란위기 ▲종금사 인허가 비리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 등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자료를 보내온만큼 검찰은 이를 면밀히 검토, 범법행위가 발견되면 사법처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또 정·재계 인사 94명 출국금지와 90여명 계좌추적 등을 통한 무차별적인 「저인망」식 수사를 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과거와 달리 사전내사가 없었으므로 신속한 수사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출국금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가 존립위기에 처하자 살아남기 위해 각계에 구명활동을 한 김선홍(金善弘) 전 기아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수사를 하면서도 관권을 업고 인수를 기도한 그룹은 왜 수사를 하지 않느냐』는 여론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불법비자금 조성등 김전회장의 개인비리를 추적하는 것은 환란을 가중시킨 정·관계 비호세력을 찾아내는 것과 관련이 있으므로 수사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김상철 기자>

◎재계의 시각/기아사태 방치 강경식씨 왜 그랬나

기아사태는 지난해 환란을 몰고온 주요한 요인의 하나라는게 재계의 인식이다. 한보사태가 정치적인 스캔들에 무게가 실린 반면 기아문제는 정부대응이 장기화하면서 외환위기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시각들은 환란의 책임을 규명하는 검찰수사가 당연히 기아사태의 정점에 있는 강부총리와 기아문제의 대응과정과 그배경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당위론으로 연결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아사태에 대한 책임규명은 환란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는 물론 현재진행형인 기아처리까지 맞물린 중요한 사안』이라며 『진도 주리원등 강 전부총리의 개인비리에 머무는 검찰수사는 직무유기』라고 몰아붙였다.

우선 규명되어야 할 부분은 기아와 관련한 제3자 인수기도설이다. 기아그룹의 좌초와 관련해 아직도 의혹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바로 「기아의 어려움은 특정그룹에 기아를 넘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며 「이를 위해 특정그룹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와관련, 재계관계자들은 『기아인수의사를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그룹이 기아를 인수하기 위해 간헐적으로 기아 흔들기에 나섰다는 직간접적인 정황이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기아인수작전이 국내 기업에 의해 구체화한 시점은 대체로 지난해 3월로 보는게 정설이다. 사전분위기및 여론조성은 물론 정부와 공고한 공조체제구축을 담은 해당그룹의 신수종사업보고서 작성시점이 지난해 3월이기 때문에 나오는 분석이다. 5월에 작성된 「자동차업계 구조조정보고서」는 한발 더 나아가 「기아는 성장한계에 왔으며 자금력이 튼튼한 회사가 맡아서 경영해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제3자인수가 불가피함」을 노골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고서의 파문이후 시작된 기아에 대한 악성루머와 제2금융권의 집중적인 여신회수도 그 배경에 특정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나돌았었다. 기아관계자는 『특정그룹과 연관된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4∼6월동안 무려 6,000억원에 달하는 대출금을 상환해야했다』고 말했다.

한편 강전부총리는 지역구(부산동래)의원당시 92∼94년 자동차공장 부산유치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97년 3∼11월 재임기간동안 고비고비마다 흐름을 한쪽으로 몰아간 장본인이었다는게 재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강전부총리가 3월 취임한 이후 공교롭게 기아관련 각종 보고서가 나왔고 기아 부도이후 시장경제원리를 내세워 화의신청을 뒤집는등 미심쩍은 대응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란과 기아의 연관성은 개인비리보다는 강전부총리와 기아 및 인수를 강력히 추진한 그룹간 구조적인 연관을 풀어야 석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이재열 기자>

□기아사태 일지

97년 3월 5일 강경식 부총리 취임

3월 삼성 신수종보고서 작성(유출은 8월)

6월 5일 삼성 구조조정보고서 파문

6월 기아에 대한 집중적인 여신회수

7월15일 기아 부도방지협약 대상업체 지정

7월 강부총리 기아사태 불개입원칙 강조

8월 재경원내부보고서 공개

(기아사태 처리에 대한 입장)

9월11일 산업은행 보고서(제3자 인수)

10월 4일 기아 화의신청 방침통보

10월21일 정부방침 급선회(기아 적극중재로)

10월22일 기아 법정관리 발표

10월30일 김선홍 회장 사퇴

11월19일 강경식 부총리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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