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 의혹등으로 여론의 강한 사퇴압력을 받아온 주양자(朱良子)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재임 56일만에 사임했다. 형식은 본인의 사의표명에 따른 사표수리 형태였지만 내용은 사퇴종용에 따른 경질이었다. 김영삼정부의 첫조각때 단명으로 퇴진했던 박양실보사장관의 경우와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은지, 문민정부의 인사실패에서 교훈을 얻지못한 현실이 유감스럽다.우리는 그간 주씨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등으로 볼때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에게 빠른 결단을 촉구한바 있다. 그러나 비등한 여론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그는 자리를 지키려 했다. 뒤늦게나마 그의 퇴장은 개혁과 도덕성을 중시하겠다고 강조해 온 「국민의 정부」에 다소나마 짐을 덜어 줬다.
주씨 문제는 DJP공동정권에 이중의 타격을 입혔다. 우선 출범2개월의 새정부 도덕성에 먹칠을 했다. 그동안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주장관을 그대로 두자니 여론의 공격을 피할 수 없고, 경질하자니 새정부의 위신에 손상을 주는 일이라 서로 눈치만 살펴온게 사실이었다. 김대중대통령과 주장관을 추천한 김종필 총리서리는 김영삼 정부처럼 여론에 밀려 「단명(短命)장관」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버텼으나 결국 경질을 피할 수 없었다.
다음으로 주장관문제는 새정부의 국정장악력에 큰 손상을 입혔다. 가뜩이나 이번에 공개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예상외로 많아 여론이 좋지않은데, 주장관의 경질을 늦추는 바람에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당장 김총리서리의 후임장관 제청자격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고, 새로 임명될 장관 역시 법적인 자격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주장관문제는 임명단계에서부터 DJP 공동정권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냈었다. 주양자씨가 속해있던 어제의 여당인 한나라당이 이미 지적했듯이 주씨에 대한 부동산 투기의혹은 오래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된바 있으나, 인물난속에서 자기몫 챙기기에 급급했던 자민련은 그 의혹을 사전에 규명하지 않고 주씨를 추천했던 것이다. 후임자 역시 자민련이 그런 방식으로 추천한다면 공동정권의 한계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사회가 공직자 재산형성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왔음을 새삼 일깨워 준다. 역시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있는 청와대 치안비서관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로 한줌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검증으로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유능한 인물을 발굴하는 것이며, 인사청문회의 입법화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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