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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문화/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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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문화/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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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어느 주말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려고 광명시와 안산시를 헤매다 끝내 진입로를 찾지못해 국도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 개봉동 고가차도를 넘어 광명시에 접어드니 고속도로는 직진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그 방향으로 가면서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도 진입로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가면 나오려니 하고 계속 가다보니 안산이었다.길을 모르는 사람들은 안산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 타기를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표지판을 따라가서는 절대 고속도로 진입로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히 고속도로가 나온다는 표지판을 보고 따라갔는데 변두리 주택가였고, 한참을 헤매다 다시 나타나는 표지판을 따라가니 시내 중심지가 나왔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차를 몰고 길 찾아가기는 장님 문고리 잡기와 같다고 말한다. 표지판에 로마자가 병기돼 있긴 하지만 글씨가 너무 작고 무슨 뜻인지 모를 표지판이 많아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청주와 정주가 모두 「CHONGJU」로 표기된 것은 표기상의 특례라 쳐도, 「NAMSAN」 「KAPSA」처럼 산과 사찰 등을 의미하는 말이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잘못된 도로표지판 때문에 피해를 당한 사람이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이겼다는 뉴스가 지난주 화제였다. 의족을 사러 서울에 온 창원시의 회사원은 직진 화살표대로 차를 몰다 딱지를 떼이자 관할구청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묵살당했다. 그가 소송을 내자 구청측은 문제의 표지판에 붉은 페인트로 가위표 덧칠을 했다. 표지가 틀렸음을 인정한 이 조치를 근거로 재판부는 원고에게 위자료 30만원을 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도로표지판은 초행자의 길잡이다. 그런데도 교통당국은 근처 지리에 익숙한 「동네사람 의식」으로 대충 만들어 다는 것 같다. 그러니 초행자들은 헤맬 수 밖에 없다. 도로표지판을 만들때는 길을 모르는 손님을 안내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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