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과정 인권유린 폭로/군부·우파서 암살說 무성36년 내전의 와중에서 인권운동의 기치를 높게 들었던 과테말라의 후안 헤라르디 코네데라(75) 주교가 27일 새벽 살해됐다. 과테말라시티에 있는 주교 사택의 차고는 고귀한 성직자의 피로 흥건했다. 경찰과 교회 관계자들은 주교가 시멘트블록으로 머리 등을 수없이 난타 당한 후 숨졌으며, 범인이나 범행동기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 직후 주교가 정치적 음모에 따라 희생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80년 극우파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한 엘 살바도르의 오스카 로메로 주교처럼 고인의 인권활동에 반감을 가진 과테말라 군부와 우파세력이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교회의 한 집사는 『주교는 지난 36년 동안 계속돼 온 내전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저지른 인권유린실태를 최근 보고서로 폭로했다』며 암살을 확신했다.
3년간의 조사를 거쳐 코네데라 주교가 살해되기 이틀전 공개한 보고서는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 보수정부와 반군인 과테말라 민족혁명연합(GNRU) 양측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주교는 보고서에서 인구 1,000만명인 과테말라에서 그동안의 내전으로 15만명의 무고한 양민이 학살됐으며, 5만명이 실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6년말 종전협정에 합의한 정부군과 GNRU측 중 어느쪽에 혐의가 짙은 지도 아직은 가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교회관계자는 『아직도 암살조직이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으며 진실을 막으려고 죄를 짓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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