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기 쉬운 일상 담아낸/佛 독서계 베스트셀러 작품시인 김정란(45·상지대 교수)씨가 번역한 「첫 맥주 한 모금 그리고 다른 잔잔한 기쁨들」(장락 발행)은 제목처럼 봄날 저녁 시원한 맥주의 첫 한 모금을 들이키며 하루를 돌아보는 것같은 여유와 즐거움을 준다. 원작자 필립 들레름(48)은 프랑스 노르망디지방의 한 시골 소읍에서 중학교 문학교사로 일하고 있는 무명작가. 그러나 그의 이 자그마한 책은 지난해 여름 이후 줄곧 베스트셀러로 프랑스독서계를 주름잡고 있다.
작가가 쓴 것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생활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이다. 저자는 새벽길에 프랑스인들이 아침으로 먹는 크로아상을 사들고 오며 하나를 꺼내 먹으면서 「하루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먹어버렸다」는 즐거운 아쉬움을 느낀다. 그는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면서 또는 달리는 차 안에서 뉴스를 들으면서, 바닷가에 누워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사물에 대한 감각과 상념을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집요한 시선으로 거기에서 삶의 결을 파악해 보여준다. 『아무 데나 펼쳐서 천천히, 게으르게 읽으며 사물의 혼을 느껴주기 바란다』고 주문하는 역자 김씨는 번역문이라는 느낌이 안들 정도로 우리말의 맛을 충분히 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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