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적으로 조금씩 먹으면 체내 위기의식,열량소모 억제/‘에너지절약형’ 체질로 변해 칼로리를 지방으로 체내 축적비만으로 고민하는 주부들이 흔히 하는 불평 중 하나가 『먹는 것도 별로 없는데 살이 찐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적게 먹어도 살이 찐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런 하소연은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주부들의 하루 섭취열량을 분석해보면 상당수는 보통 수준이거나 보통 이하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하소연은 어느 정도 사실이며, 정당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무시당한 셈이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결혼 후 체중이 계속 늘어 고민중인 주부 김모(35)씨의 경우를 보자. 김씨는 키가 157㎝의 단신이지만 체중은 68㎏이나 된다. 결혼 후부터 체중이 매년 1∼2㎏씩 꾸준히 늘었다. 하루 식사량은 1,500㎉로 권장열량에 크게 모자란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허기가 져서 기운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먹는 게 시원찮은데도 살은 자꾸 찐다』는 것이다.
평소 식사량을 보면 아침에는 우유 한 잔, 점심은 작은 빵 하나와 커피 한 잔, 저녁은 보통 가정과 비슷한 식단으로 해결한다. 저녁때는 하루 종일 먹은 게 별로 없어서 좀 많이 먹는 편이지만 과식하는 정도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먹는 양이 적어서 그런지 항상 피곤하고 기운이 없어서 운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 집안 살림만 간신히 꾸려가는 정도이다.
이렇게 적게 먹는데도 자꾸 살이 찌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를 보면 저녁식사 후 다음날 점심때까지 약 18시간동안 우유 한 잔을 제외하곤 거의 먹는 게 없다. 이 경우 신체내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돼 열량소모를 최대한 억제하고 절약한 칼로리를 체내에 지방으로 저장하게 된다.
열량소모를 억제하므로 몸은 기운이 하나도 없지만 체중은 점점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더구나 평소 집안살림 외에는 특별한 신체활동이나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지 않은 열량을 섭취해도 매일 조금씩 남아돌게 된다.
김씨의 예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식사량이 적더라도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고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체내의 에너지소비가 낮아져 체중조절에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김씨가 말하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것이지만 조금만 먹는데도 살이 찌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을 유전이나 팔자소관으로 돌리고 체념할 일은 아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원인은 식사가 불규칙하고 운동과 신체활동량이 부족해 「에너지절약형 체질」로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 끼 식사를 꼬박꼬박 적당량만 하고, 지방질섭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신체활동량을 늘리면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강재헌 인제대의대 교수·상계백병원 비만클리닉>강재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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