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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체제’만드는 지도자들/金鎭炫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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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체제’만드는 지도자들/金鎭炫 서울시립대 총장(火曜世評)

입력
1998.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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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와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하여 애썼다고 자랑하는 지도자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바로 이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반체제 반정부 반국가의 눈물과 피를 만들었는지의 반성이 없다. 나는 79년 10월 26일 박정희대통령의 비극 일주일전 약수동 한 술집에서 당시 대학3학년을 중퇴한 아가씨로부터 『꼭 김일성(金日成)이가 와봤으면 좋겠다』는 절절한 하소연을 듣고 망연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남동생 학비를 위해 술집에 나온 첫날 손님의 실수로 술잔이 엎어졌는데도 거꾸로 아가씨의 따귀를 갈기고 늘씬하게 팬 당시의 고관, 높은 자들의 「상놈」 짓거리를 보아온 이 여인은 자생적 반체제가 되어 있었다. 그 고관은 지금도 여의도 국회에서 큰소리치고 있다.여야와 각계 지도자들의 깊은 참회와 희생의 구체적 행동이 없으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없음을 자각하는 것이 국난극복의 첫출발이다. 그 까닭의 첫째는 국난의 총체적 책임이 원천적으로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총체적 개혁의 작동도 이들의 새 각오 새 희생이 보이지 않는한 제도나 시스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로 설사 최선의 시나리오로 이 국난이 수습되어도 날이 갈수록 악화하여 4, 5년 뒤쯤의 엄청난 빈부격차의 사회적 갈등을 생각하면 충격완화의 예방책으로도 꼭 필요하다.

경부고속철도의 93년 확정시 비용은 5조8,000억원, 감사원 특감에서는 22조원으로 늘고, 3,300억원을 쓴 무궁화위성은 방송법이 4년이나 국회에서 낮잠자 하루 1억원씩 하늘에 뿌렸다. 서해안등 9개 고속도로 신설 및 확장사업비는 당초 9조5,000억원에서 13조8,000억원으로, 야당 몫의 새만금사업은 9,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배증했으며 751억원 짜리 청주국제공항은 1년도 못돼 기능상실, 7,000억원 들인 대전엑스포 과학공원과 5,000억원 들인 시화호는 4년만에 썩어가고, 7,000억원 예산으로 건설했거나 추진중인 축산폐수처리시설은 계획잘못으로 모두 보류시켰다고 한다.

이상 사업의 당초 계획에서 늘어난 낭비만 보자. 간단히 24조원이 넘는다. 거기다 문제됐던 개인휴대통신(PCS), 군무기 구입, 세계무역기구(WTO) 대책 농업자금, 한보의 5조원 융자중의 마이너스를 제대로 따져 보자. 지방자치 단계축소 안한 낭비, 정부예산보다 많은 국영기업의 낭비까지 셈해보자. 우리는 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거지신세가 됐는지의 진짜 진실을 알 수 있다. 정치논리, 정치비용, 떡고물, 부패비용 때문이다.

대통령선거 때만 해도 실업대책비 2조원 운운하다 지금은 8조원으로도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한보 융자 두개면 넉넉한 액수이다. 이들 「주요국책사업」이란 것이 사실은 IMF위기를 만들어낸 지도자들의 떡고물 사업이었던 것이다. 정주영(鄭周永) 회장이 80년대 늘 『내가 서울시 건설국장하면 3분의 1 값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는 농반 진반의 과장이려니 하고 들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그것이 진실이었다. 투명한 정치, 능률적 행정, 창의적 금융과 기업, 즉 지금 IMF가 요구하는 개혁을 했더라면 3분의 1 이하로도 가능할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병을 만들고 체제를 지킨다면서 실은 열심히 반체제를 키운 지도자들의 참회와 속죄없이 국난 극복은 없다. 당장 정치 행정 금융 기업 노사구조개혁과정에서 필요한 실무급들의 사법적 사면조치가 가능키 위해서도 그 윗분들의 진솔한 참회와 속죄가 필요하다. 국난극복에는 기능적 제도적 접근 못지않게 도덕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 선거나 사법적 심판을 넘어 역사의 심판, 양심의 심판을 각오하는 지도자의 겸허 없으면 개혁은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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