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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의 앞과 뒤(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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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개편의 앞과 뒤(社說)

입력
1998.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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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물밑에서 요동치던 정계개편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한사코 부인해 왔던 김대중 대통령이 23일 개편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서울경제회의」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국민 다수가 정계개편을 해서라도 정국안정을 실천해 오늘의 난국을 극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뉘앙스가 그때그때 변하긴 했지만 김대통령이 취임후 밝혀온 일관된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인위적 정계개편은 하지않겠다는 것이었다.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한 이 사안에 대해 김대통령의 입장이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은 전적으로 여야의 정치력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우선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무기로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았으니 소여(小與)가 정계개편에 나서도록 하는 빌미를 주었다고 해도 할말이 없게 됐다. 출범 2개월도 안된 대통령을 형사고발하는등 최소한의 정치윤리마저 저버렸다. 그것도 대선때 이미 심판이 끝난 이른바 DJP연합을 선거법위반으로 뒤늦게 고발한 처사는 도가 지나쳤다. 아무리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지만 거야(巨野)의 이판사판식 공세는 결국 여권의 인위적 정계개편 시도를 유혹하는 계기가 됐다.

한나라당이 지금 「야당파괴 공작」이라고 발끈하고 있지만, 그들도 불과 2년전 총선이 끝나자마자 무소속과 자민련 일부 의원들을 끌어들여 오늘날의 과반수의석을 만든 떳떳지 못한 과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정권을 뺏기자 「역공」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정치권이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집권여당의 정치력 부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여소야대」는 집권당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정치구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 발휘되는 민주적 리더십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리더십이다. 김대통령처럼 탁월한 설득력을 가진 정치지도자가 충분한 대야(對野)설득노력도 하지 않고 일관된 소신을 접는 일은 그래서 매우 유감스럽다.

여권이 말하는 정계개편도 속을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선거법위반 혐의자 아니면, 무슨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약점있는 사람들, 또 이해관계에 따라 이당 저당 옮겨다니는 「철새」 정치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을 받아들여 과반수의석을 채워본들 정치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의원을 뺏긴 야당의 극한투쟁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정국은 혼란을 면키 어렵게 된다.

지금은 환란을 극복해야 할 비상시기다. 인위적 정계개편 소동으로 또 정국이 혼란에 빠져서야 되겠는가. 여야는 영수회담등 모든 지혜를 동원, 적어도 국가신인도를 훼손하는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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