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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금리가 기업 잡는다(國難을 넘자: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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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금리가 기업 잡는다(國難을 넘자:22)

입력
1998.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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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얻어 빚갚기 악순환/설비·기술투자는 실종/늑장결제 中企 더 압박/방치땐 경제뿌리 와해고금리가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경기침체로 매출과 수입은 줄어든데 비해 이자부담은 지난해초에 비해 2배 가까이 커졌다. 상품을 팔아 이익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지못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전인 지난해 상반기 제조업 매출액중 금융비용부담률은 6.2%이었다. 영업이익(매출액대비 7.5%)에서 이자를 빼고나면 남는 이익(경상이익)이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옛날 얘기가 됐다. 금리가 11∼12%때의 얘기다. 최근엔 영업이익조차 내는 기업이 많지 않지만 어렵사리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20∼30%의 이자내기에 빠듯하다. 최근 기업의 목표가 이익실현이 아닌 이자갚기, 부도모면으로 변한 것이다.

「고금리가 자금수요를 억제할 것」이란 IMF의 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고금리는 오히려 기업의 자금수요를 증가시켜 건실한 기업까지 부실기업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기업의 부채총액(M3기준)을 900조원(97년말)으로 추산한다. 금리가 10%일때 이자부담은 연간 90조원이지만 금리가 20%일때는 180조원으로 늘어난다. 180조원의 빚을 갚기위해 또다시 빚을 얻어야하고 자금수요 증가→금리상승→자금수요 증가의 악순환이 되풀이돼 기업이 모두 빚더미속에 파묻힐 지경이다.

특히 고금리는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주는 납품대금 2조원가량(평균잔액)을 한달만 늦게 지불해도 연간 4,000억원가량의 금융이득이 생긴다. IMF체제이후 대기업의 도산은 오히려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의 일평균 부도업체수가 3배로 증가한 것은 이같은 연유때문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결제에서 어음결제비중이 급격히 늘어나 「IMF한파」로 인한 고금리 압박을 중소기업이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로 설비·기술투자는 중지됐다. 당장 눈앞의 부도를 막느라 허덕이는데 설비·기술투자 할 여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촌각을 다투는 국제 경쟁에서 우리 기업의 기술개발은 중지돼 미래가 실종되고 있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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