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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죄 낳는 TV/김철훈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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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죄 낳는 TV/김철훈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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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에 사는 고교생 A군은 지난해 여름방학 내내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행인들의 가방을 날치기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A군은 경찰조사에서 당시 TV에 인기리 방영되던 범죄재연 프로그램의 내용을 모방했다고 고백했다. 또래의 친구들도 평소 TV에 자세하게 재연되는 잔인하고 흉포한 범죄수법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등 강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도를 맞은 B사장은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인 두 딸의 뜻밖의 「충고」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느날 자신의 수심에 찬 모습을 본 딸들이 『「경찰청 사람들」에 나왔는데 부도수표만 처리하는 사람이 있다니 만나보라』고 권했다는 것이다.24일 서울 YMCA 시청자운동본부 청소년사업부가 범죄재연 프로의 피해사례를 모은 뒤 TV방송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처럼 갖가지 사연들이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 학부모인 제보자들의 공통된 호소는 방송3사의 범죄재연 프로그램을 꼭 폐지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난폭해지고 심하면 범죄에 빠져드는등 부모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부작용은 정말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3사는 범죄재연 프로그램이 범죄예방 효과를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청률만을 의식해 더 자극적인 장면과 내용을 집어 넣으려는 방송사들의 행태를 보면 그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방송사들이 범죄예방보다 「범죄학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비판도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의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우리 방송사들은 앞 다투어 스스로를 비판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벌써 자기반성의 자세는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당의 실업기금 바자(25, 26일)를 경쟁적으로 생중계하려다 취소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웃지못할 소동이 좋은 예이다. 방송3사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헤아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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