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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치료제 분비 흑염소 만든 KAIST 유욱준교수(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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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치료제 분비 흑염소 만든 KAIST 유욱준교수(한국인터뷰)

입력
1998.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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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공학수준 세계 3위”/흑염소 ‘메디’연구 계속 年 35조 세계시장 도전/1,2년內 복제양도 생산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욱준(兪昱濬·47) 생물과학과 교수는 81년 국내학자로는 처음 유전자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뒤 황무지나 다름없던 생명공학을 개척해왔다. 유전질환과 유전자 조작술을 연구하는 그는 최근 동료교수들과 함께 젖에서 빈혈치료제가 나오는 흑염소「메디」를 세계 처음으로 만들어 「움직이는 의약품공장」을 차렸다. 연구배경과 생명공학의 미래상을 들어본다.

­「메디」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습니까.

『92년부터 동물을 이용해 의약품을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형질전환동물의 생산은 유전자, 수정란, 동물수술등 세 분야가 삼위일체가 돼야 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랜 친구인 생명공학연구소 이경광(李景廣) 박사와 의견이 맞아 94년부터 함께 시작했습니다. 신상태(申相泰) 충남대 교수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메디의 가치를 설명해 주십시오.

『메디는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인체에서 추출한 뒤 수정란에 이식해 만들었습니다. 메디의 젖에서 나오는 G­CSF는 빈혈 백혈병, 암의 치료과정에서 백혈구가 부족할 때 투여하는 약입니다. 전세계 시장규모는 연 1조8,000억원입니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이 복잡해 1g에 11억원이나 합니다. 1㎏짜리 금괴 80개에 해당하는 셈이죠. 메디는 이처럼 값비싼 의약품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연간 세계 시장규모가 35조원인 고가의 단백질의약품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젖소나 토끼도 G­CSF를 만들어 내지만 흑염소가 가장 빨리 가장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생명공학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학문의 틀까지 변화시킬 정도로 발전속도가 빨라 과학자들도 정확히 전망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류의 존엄성과 행복을 지켜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늙지 않는 사람이나 「쥬라기공원」식의 공룡복제는 현재로선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영원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언젠가 가능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DNA를 발견했던 50년대의 과학자들은 아마 메디를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사람을 좀 더 오래 살게 하고 유전병을 치료하는 일이 가능해지리라 봅니다』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공학이 상치된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생명공학의 발전과 학문적 성과는 자연의 진리를 알고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동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사회의 감시와 격려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의 복제동물이나 형질전환동물 연구가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한다면, 연구결과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과학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의 진보를 수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성숙한 윤리의식을 조성하고, 과학자들의 사회참여를 통해 무조건적인 두려움이나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영국이 지난 해 만들어낸 복제양 돌리가 새끼까지 낳았지만 우리도 1∼2년내에 복제양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형질전환 기술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합니다. 외국에 비해 제도적 제약이 없어 비교적 왕성한 연구가 시도됐기 때문입니다. 생명공학은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국가의 전략학문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자지망생이 지켜야 할 좌우명이 있다면.

『과거와 달리 현대과학은 오랜 기간 훈련을 쌓으면서 낙오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들이 협력해서 이루어 내는 것입니다. 결코 훌륭한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전공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편하고 협력할 줄 아는 사람이 과학도 잘 하는 시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연구계획을 소개해 주십시오.

『흑염소를 이용한 고가 단백질의약품 생산연구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연 35조원 규모인 세계시장의 일부를 우리나라가 차지해야 합니다. 유전병 연구에도 매진할 예정입니다. 유전병의 원인인 돌연변이의 위치를 찾아내면 환자 치료는 물론 유전병의 유전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선년규 문화과학부 기자>

◎약 력

51년 충남 부여 출생

74년 서울대 식물학과 졸

81년 미국 시카고대서 박사학위

82년∼현재 KAIST 생물과학과 교수

95년∼현재 KAIST 의과학연구센터 소장

논문 81편,특허 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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