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외설영화 대량유입 우려/흥행 노린 작품은 대중 경쟁력 높아… 개방시기 신중을최근 5년간 일본영화는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12개의 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만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의 「우나기」가 칸영화제에서,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감독의 「하나비」가 베니스영화제에서 각각 그랑프리를 받았다.
한동안 애니메이션의 기세에 눌려있던 일본영화의 본격적인 부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때맞춰 96년부터 일본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간간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우리 영화팬의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태이다.
개방분위기를 타고 우리 영화계가 『기다렸다』는 듯 과열조짐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영화수입사 한아미디어는 지난해 일본서 400만명을 끌어들인 모리타 요시미쓰(森田芳光)감독의 「실낙원」을 이미 지난해 12월 구입해놓았다. 재일동포작가 유미리의 소설 「가족시네마」를 영화화하는 박철수감독은 여주인공으로 재일동포배우 야스다 나르미(安田星美)와 일본 여배우 시미즈 미사(淸水美砂)를 검토중이다. 영화계 전체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비디오업계에서도 제목만 알려졌을 뿐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옛 일본영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영화는 쇼치쿠(松竹) 도에이(東映) 도호(東寶) 등 3대 메이저사가 이끌어간다. 이들이 만드는 영화는 90년대 들어 연평균 57편이고, 독립영화사가 만든 에로물 등이 매년 200여편씩 개봉된다.
일본영화는 평가를 위해 만든 작품과 흥행을 노린 작품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된다. 전자는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후자는 대중적 경쟁력이 있다. 「실낙원」의 경우 중년남녀의 불륜이라는 뻔한 소재에 극적이고 치밀한 영상으로 옷을 입혀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사회단체 등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저질·외설영화의 대량 유입. 그러나 정부당국에서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의체계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영화계의 관심은 개방의 단계와 시기이다. 「영화제 수상작 우선 수입」「드라마, 멜로 등 장르별 구분 수입」「합작품 제작후 개방」등 제안이 만발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의뢰로 최근 「일본문화의 유입실태 조사 및 대응방안 연구」를 낸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은 ▲한일합작영화 제작·수입 ▲일본과 제3국의 합작영화 수입·배급 ▲일본 극영화 수입의 3단계안을 제시하고 있다.
시기에 대해 영화수입업계만 『이를 수록 좋다』는 입장일뿐 신중론이 대세이다. 문화관광부 오지철(吳志哲) 문화산업국장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화도 개방이라는 원칙적 입장만 섰을 뿐이다. 급하게 서두를 이유는 없다. 많은 토론과 협의과정을 거쳐 우리의 영상산업이 피해를 당하지 않는 선에서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