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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府紙의 개혁(金聖佑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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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府紙의 개혁(金聖佑 에세이)

입력
1998.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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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의 인사를 두고 우려의 소리들이 높다. 호남지역 편중에다 부적재부적소(不適材不適所)라는 비판들이다. 김영삼정부의 실정(失政)을 정리해보니 그 가장 큰 원인이 인사의 실패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미리부터 경고하지 못한 것이 한스러운 국민의 가슴들이라 새 정부에 대해서는 집권초기부터 경적(警笛)을 울려대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밖에 없다.새 정부의 편파적 인사의 전형이 최근의 서울신문 임원개편이라는 지적들이다. 새 경영진 6명중 사장을 포함한 4명이 호남 출신이고 그중 한 사람은 대통령 아들의 처남이며, 사장이 한때 언론계에 몸담았다고는 하나 전문적인 언론인이라 할 수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무·상무(주필겸임)가 줄줄이 언론계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사실 인사에 있어서는 지역의 편중보다 더 문제인 것이 부적격이다. 일일이 시비를 걸지 않아서 그렇지 새 장관에도 부적격자들이 있고 무더기로 갈아치운 정부산하기관 임원에도 수두룩하다. 거기에 언론계에 마저 그 인사방식이 침투했다. 이것을 언론이 좌시만 할 수 없는 것은 비언론인의 언론계 진입에 대한 언론계의 텃세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 언론에 대한 도전으로도 간주될 수 있다. 비전문가의 투입으로 신문은 아무나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것은 언론에 대한 멸시이기도 하고 폄하이기도 하다. 언론의 권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 된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정부가 언론을 비언론화하려는 의도의 표현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켜도 말 못한다.

서울신문의 새 경영진측은 『「새 술은 새 부대」란 말도 있듯이 개혁을 추진하려면 개혁적 새 진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개혁은 비언론인이라야 할 수 있다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모든 분야의 개혁을 위해서는 온 나라가 비전문가로 점령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신문의 인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 개혁의 방향 때문이기도 하다.

일정시대 조선총독부의 국문판 기관지이던 매일신보의 후신인 서울신문은 지금까지 정부기관지의 운명을 굴레처럼 써왔다. 국민의 세금을 출자하여 정부홍보지를 발행하는데 대해 비판의 소리가 끊임없이 있어왔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신문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신문들은 정부의 방침이나 시책을 소상히 알려주는데 인색하다. 가령 각의의 결정사항이나 국회에서 통과된 법령의 내용을 그때 그때 국민들은 자세히 모른다. 신문들은 오랜 독재정권을 거치는 동안 정부 시책을 시시콜콜 알려주는 것은 친정부의 오해를 산다는 신경과민이 화석화 되었다. 알릴 것은 충분히 알려놓고 논평할 것은 논평해야 한다. 민간신문들에 이런 맹점이 있다면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라도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에게 성실히 그리고 정직하게 알릴 의무가 있다.

다만 정부가 소유한 신문은 그 역할의 한계가 분명해야 한다.

1차 세계대전후 뒷날 노벨평화상을 받게되는 영국의 노먼 엔젤경은 신문에 대한 개혁안으로 국가가 경영하는 신문의 창설을 제의한 적이 있다. 이것은 공공사업체로서 공정한 뉴스를 제공하는 엄정한 신문을 만들어 국가가 관리하자는 뜻이지 정부가 지배하는 신문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신문도 꼭 정부지로 남아있겠다면 엔젤경이 생각한 취지로 재출발하는 것이 개혁의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새 경영진의 포진은 이 기대를 위태롭게 한다. 김대통령이 야당이던 시절의 당보 주간을 주필로 앉힌 것은 그 개인의 능력여부를 떠나서 더욱 우려를 증폭시킨다. 당보란 그야말로 프로파간다의 도구요 당리당략의 선전장이다. 서울신문이 과거보다 오히려 더 집권당의 당리당략을 옹호하고 정부의 시책을 의도적으로 미화하는 나팔수가 될까봐 두렵다. 서울신문은 인사비판을 반론하는 사설에서 『정부기관지라는 숙명을 안고있는 본보는 대통령과 새 정부의 정책과 철학을 잘 아는 사람이 경영진에 임명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것이 당보적 사고방식이 아닐는지.

정부기관지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 서울신문의 개혁이다. 어떤 경우에도 언론으로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서울신문은 같은 사설에서 『이 신문이 과거 보여온 여러가지 부정적 역할에 대해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으니 이런 걱정이 기우이기를 바란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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