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안밝힌채 당위성 바로 인정/6월 지방선거전 지각변동 예고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 변화에 앞서 반드시 이를 예고하는 암시를 던지곤 한다. 김대통령이 23일 서울 국제경제회의에서 정계개편 문제를 언급한 것이 바로 이같은 사례라는 게 측근들의 말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정국 안정은 국민의 절대적인 여망』이라며 정계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현재로선 정계개편을 생각지 않고 있다』는 「전제」를 반드시 달았다. 김대통령은 이날 전제를 생략한 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정치 지형의 변화를 시도할 뜻을 시사했다.
이날 발언에는 야권에 대한 다각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영입 대상자들에게 「빗장」을 풀겠다는 신호』라면서 『당이 야권 인사들에 대한 접촉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지원하고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다.
김대통령의 구상이 바뀐 것은 최근 여야 선거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부터라는 전언이다. 김대통령은 이날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총재권한대행과 당4역으로부터 주례보고를 받은 자리에서『이 나라를 망하게 한 게 한나라당인데,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대통령을 고발하고, 초선의원들에게 끌려다니고, 약속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야당에 대한 「환멸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발언은 야당측이 정계 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당쪽에 정계개편을 위한 정면돌파 지침을 내린 것과 같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대(大)개편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지역연합, 개혁세력 연합이라는 형태로 추진한다는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야당지도부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자세 변화는 대야(對野)관계 뿐아니라 국정운영 전반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청와대측은 아울러 강조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 일변도의 스타일이 「약한 대통령」의 이미지로 비치고 있는 데 대해 김대통령 자신이 새로운 인식을 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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