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명중 16명이 부모·자녀 등 재산 누락23일 재산을 공개한 새 정부의 1급이상 고위공직자중 상당수가 부모 등 일부 직계가족의 재산을 「고지거부」했다.
공직자윤리법상의 「직계 존·비속 재산에 대한 고지거부권」은 93년 문민정부 출범후 첫 재산공개 이후 재산변동 신고 때마다 재산을 축소·은닉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으나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 조항을 그대로 존속시키고 있다.
이번에 새로 재산을 공개한 1급이상 공직자 52명중 부모 자녀등 일부 가족의 재산을 고지거부한 공직자는 16명.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남 홍업(弘業)·3남 홍걸(弘傑)씨의 재산을 모두 고지거부했다. 장남 홍일(弘一)씨는 국회의원이어서 이미 신고를 한 상태다. 청와대측은 2남과 3남이 분가해 각자 독립해서 생계를 꾸리고 있어 재산신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비서관 중에서는 22억여원을 신고해 신고액수로 6위를 차지한 조규향(曺圭香) 사회복지수석이 차녀의 재산을, 임동원(林東源) 외교안보수석이 장남과 3남의 재산을 각각 고지거부했다. 36억여원을 신고해 재산순위 3위를 기록한 이종찬(李鍾贊) 안기부장도 장남의 재산을, 한승헌(韓勝憲) 감사원장도 8억2,000여만원을 신고하면서 장남과 2·3남등 세 아들의 재산을 고지거부했다.
또 15억6,000만원을 신고한 이규성(李揆成) 재경, 김성훈(金成勳) 농림, 배순훈(裵洵勳) 정보통신부 장관 등도 분가독립을 이유로 부모와 장남의 재산신고를 하지 않았다.
고지거부권 적용은 경찰의 경우 더욱 두드러져 14억9,000여만원을 신고한 경찰청 윤웅섭(尹雄燮·치안감) 치안비서관이 모친의 재산을 고지거부한 것을 비롯, 이대길(李大吉·치안감) 정보국장, 이민웅(李民雄·치안감) 강원경찰청장 등 새로 재산을 신고한 10명중 7명이 부모와 자녀의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93년 6월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부양받지 않는 직계 존·비속의 경우 재산등록 사항 고지거부서, 동거여부에 관한 증명서류등 관련소명자료를 첨부하면 등록을 거부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거부권은 등록전에 이들 피부양 부모나 자녀 명의로 변칙상속이나 위장증여 등을 해 재산을 축소·은닉하는 방편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재산공개에서 일부 고지거부한 공직자의 재산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이같은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93년 문민정부의 첫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고지거부한 공직자는 전체 1,167명중 13%인 150명이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직계가족의 재산사항을 고지거부한 공직자들은 법적인 문제점은 없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산의 규모를 차치하고라도 대부분 상속될 직계 존·비속의 재산에 대한 고지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은 재산공개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김호섭 기자>김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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