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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에 관심을/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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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에 관심을/한준상 연세대 교수·교육학(특별기고)

입력
1998.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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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해외동포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줄 때이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 때문에 국내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외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500만 국외동포 역시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이다. 그간 모국의 경기가 좋아 해외의 동포들도 틈새 호황을 누렸었다. 밀어닥치는 고국의 관광객으로 해외의 한인촌마다 서울시 특별구나 되는양 흥청거렸다. 여행사마다 웃음이 가득했고 선물가게도 신났고 음식점도 즐거웠었다. 밀려오는 고국관광객 때문에 못살겠다는 엄살마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던 적이 있었다.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져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각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한인촌 상가가 울상인 것은 서로가 엇비슷하다. 수마가 할퀴고 간 것처럼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유령이 지나가듯 상가들이 썰렁하다. 문닫은 가게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이제는 한인촌을 떠나는 교포들도 늘고 있다. 더이상 버텨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모두가 계산을 잘못한 탓이다. 고국의 정치가들이 말한대로 고국의 경제가 계속 핑크빛일 줄 알았지 별안간 이렇게 처참하게 될 줄은 몰랐다. 고국 관광객들의 돈쓰는 맛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점포도 늘리고, 시설도 확장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한인상가의 주름살이 늘어가자 유학생 처지마저 어렵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국으로부터 송금이 끊긴지 오래된 상황이라 그들의 처지가 더욱 딱하다. 이제는 선거때면 정치헌금 모금을 위해 찾아들던 고국의 유명정치인들마저 발길을 끊고 있다. 고국을 위해 달러를 보낼 여유가 없다고 해서 그렇게 냉대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어려울 이때쯤 해서 고국정부가 한번쯤 진솔하게 위로라도 해야 할 것이다.

고국의 경제사정이 어려워도 모국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 한가지 있다. 해외동포를 위해 손쉬운 것, 간절한 것부터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교민청같은 것을 급하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은 힘깨나 쓴다는 몇몇 한인촌 유지들에게나 소용이 닿는 문제이지 보통교포들에게는 다 부질없는 일이다. 해외동포의 이중국적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해외동포의 활동에 시시콜콜하게 제동을 거는 규정만 손질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그것이 당장 어려우면 해외동포 자녀들을 위한 역(逆)유학정책같은 것이라도 적극적으로 펴주어야 할 것이다. 동포2세들이 고국의 대학에서 자유롭게 공부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입학의 기회를 열어주는 대학들이 많아져야 한다. 특차전형같은 것으로 고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해외동포 자녀들을 대량 흡수해야 한다. 이런 일은 고국의 경제와 대학재정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대학들은 해외동포 자녀들의 대학수학능력을 꽤나 염려하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대학교육이 부실한 탓이다. 그들이 덜 배운 것은 보완해주고, 잘못 배운 것은 고쳐주는 식으로 하면 된다.

고국의 고교졸업생들에 비해 수학문제 서너개를 덜 푼다고 해서 그리 호들갑 떨며 면박을 줄 일이 아니다. 고국의 학생에 비해 국어가 서툴다고 구박만 할 일도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들보다 더 좋은 국제화 일꾼도 없을 성 싶다. 그들은 국내학생들에게 부족한 외국문물과 이중언어에 익숙한 세계화일꾼감이다. 부족하면 챙겨주고, 얼띠면 도와주면서 가르치면 그들 모두가 고국경제에 공헌할 일꾼들이다. 세계무역시장에서 서툰 언어로 이리저리 시달리는 것보다는 이들을 세계화의 역군으로 활용하는 편이 훨씬 더 국익에 보탬이 된다. 그러려면 그들을 일꾼으로 다듬도록 고국의 대학문부터 활짝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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