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서 ‘복제품’ 주장/주최측 손해배상 승소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이성용·李性龍 부장판사)는 23일 민중작가 고(故) 오윤의 판화전을 개최했던 오윤기념사업회와 학고재화랑이 판화전에 전시된 작품이 복제품(Reproduction)이라는 주장을 편 월간 「미술세계」(발행인 박홍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기념사업회 등 원고들에게 모두 5,000만원을 배상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오윤기념사업회의 의뢰를 받은 학고재화랑이 96년 6월 오윤 10주기 기념전으로 「오윤 동네사람, 세상사람」전을 개최하면서부터. 이 전시회에는 민중미술가로 이름을 날렸던 오윤이 생전에 직접 제작한 목판원판을 후배들이 유족의 동의를 얻어 제작한 「사후판화(Posthumous Edition)」가 출품돼 미술계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월간지 미술세계 7월호는 「판화의 오리지널과 리프로덕션」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오윤전에 출품된 판화들은 오리지널 판화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으며 대부분이 리프로덕션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게재했던 것.
1년6개월여간 법정 공방을 거듭해온 이 재판의 쟁점은 무제한으로 제작이 가능한 판화의 특성상 오리지널과 리프로덕션을 어떻게 구분지을 것인가와 예술비평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
재판부는 수차례 감정과 전문가 의견조회 등을 거친 뒤 『사후판화는 오리지널과는 구분되지만 제3자에 의해 판을 복제하는 리프로덕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비록 글쓴이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비평기사이기는 하지만 단정적인 내용을 담고있는 만큼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고측 손을 들어주었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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