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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그리고 돈/이윤정 여론독자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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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그리고 돈/이윤정 여론독자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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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공무원이라면, 아무런 대가 없이 친구가 건네 주는 돈을 받겠는가』 오늘자 오피니언면(10면)의 「당신이라면」코너가 독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어떻게 보면 진부하고 어떻게 보면 예민한 문제이다. 지난 주 주제를 던진 후 문의전화와 팩스가 이어졌다. 60여통의 답신이 접수됐다. 예상밖의 반응이었다.교육계의 돈봉투, 정치인들의 떡값, 기업체들의 비자금 등 이름을 달리한 대가성 촌지에 대해선 지겹도록 듣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주머니는 비어만 가는 현실. 그런 나에게 달콤한 유혹이 다가온다면. 선택은 쉽지 않을 것이고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쏟아질 것이라는게 기획의도였다.

독자 편지에는 윤리와 우정과 돈 사이에서 갈등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공무원은 언제나 떳떳해야 한다』,『삶의 기쁨은 돈이 아니라 일에 대한 자긍심에 있다』며 윤리를 앞세우기도 했고 『친구와 서먹해질지 모르니 먼저 돈을 빌려 달라고 한 뒤 나중에 갚는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건설업체에 근무하며 공무원들에게 지겹도록 돈을 주어 왔다』며 『내가 공무원이라면 절대 안 받겠다』는 회사원, 『친구들과의 모임 때 으레 점심값은 돈있는 친구들이 냈는데 새삼 반성하게 된다』는 공무원의 생생한 목소리들은 반가웠다.

그러나 95%이상은 어쨌건 『봉투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현실이 너무 어려워 돈 앞에 무릎을 꿇을 것 같다』는 「진솔한」답변이 꽤 있으리라던 기획 의도는 빗나갔다. 이처럼 바른 이들이 많은가. 그렇다면 끊이지 않는 뇌물관행은 무엇 때문인가. 혹시 말 따로 행동 따로, 솔직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그건 너무 섣부른 생각인지 모른다. 독자들의 목소리는 평범한 이들의 건강한 윤리의식이 살아있으며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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