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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갈등/“온가족 봉사활동으로 말끔히 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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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갈등/“온가족 봉사활동으로 말끔히 풀렸어요”

입력
1998.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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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만촌3동 김우식씨 가정/양로원방문·공공시설 청소 등 한달 1∼2회씩 ‘이웃사랑’/지적발달 장애 소심한 딸도 적극성 보이고 명랑해져대구 수성구 만촌3동 김우식(48·동국전문대 교직원)씨 집에선 요즘 저녁만 먹으면 토론이 벌어진다. 5월의 봉사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아내 이은옥(44·대한생명 보험설계사)씨, 딸 사라(18·경신여상3)양, 아들 노아(경신중3)군과 함께 머리를 맞대며 봉사활동 구상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5월에는 고아원에 자주 가면 좋겠어요. 함께 놀아주고 노래도 부르고 정말 좋아요』 지적 발달이 늦춰지는 주변장애증세를 앓고 있는 사라는 성숙한 외모답지 않게 어린이티를 벗지 못한 말투로 말했다. 노아군의 생각은 다르다. 『그것보다 1월 방문했던 할머니집에 가요. 혼자 사시는데 어울릴 친구분도 없어 또 가면 무척 좋아 하실 거여요』

가정의 달인 5월엔 딸과 아들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여 고아원과 독거노인집을 모두 찾기로 했다.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갈 곳이 많아진다. 지금까지 찾아간 곳은 20여군데. 복지기관 자원봉사, 도로안내, 양로원 및 보육시설 방문, 공공시설 청소등 한 달에 1∼2회씩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봉사활동은 김씨 가족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었다. 다른 사람들은 IMF이후 경제문제로 인한 가족갈등이 늘어난다지만 김씨네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가족갈등을 모르고 살고 있다. 김씨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가정의 화목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김씨 가족이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은 실은 아들 숙제 때문이었다. 『96년 겨울 노아가 학교과제로 사회봉사활동을 받아왔다. 아들 혼자 보내기 뭣해서 온가족이 나섰다』 아내 이씨의 친구가 홀트종합사회복지관 주관으로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소개해주었다. 이씨는 『가족이 함께 하자는 남편의 생각에는 동의했으나 사라의 병이 걱정돼 망설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라양은 어머니의 걱정과 달리 가장 열성적이었다. 예전엔 학교만 갈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채 방안에만 처박혀 있었지만 봉사활동 이후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신연령이 초등5∼6년생에 불과하지만 봉사활동 나가기 1주일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행복으로 가득찼다. 『많은 아이들이 저보다 못한 처지에 놓여있어요. 그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라는 사라는 앞으로 부모없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살고 싶어한다.

봉사활동 이후 노아군은 성격도 변했다. 내성적이고 소심하더니 적극적이 되었다. 노아군은 『혼자 사는 할머니들을 보면 속이 상해요. 너무 적적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 안됐다는 마음이 들어요』라며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사회봉사에 참여하라고 권한단다. 돈을 아껴쓰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 됐다.

노아군은 특히 봉사활동 이후 누나를 다시 보게 됐다. 한때 뒤처지는 누나가 창피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는 누나를 당당하게 인정하게 되었다. 『몸도 불편한데 무척 열심히 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어요. 누나가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씨는 봉사활동 이후 가정에 항상 웃음이 넘치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대화로 풀려는 분위기가 조성돼 기쁘기만 하다. 사라양의 질병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약해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족애가 날로 두터워지고 있다. 이씨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은 가족 공동생활의 5%에 불과한데도 가족을 튼튼하게 엮어주는 구심점이 됐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봉사활동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선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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