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판 ‘레이건과 대처’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젊고 야심찬 지도자들이다. 진보정당 출신이면서도 중도주의를 표방, 집권한 점도 꼭 닮았다.
이 두 지도자가 최근 세계 분쟁지역에서 손을 맞잡고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1월 유엔사찰을 거부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응징하기 위한 행동에 이어 북아일랜드 평화협상 타결과 중동평화의 재개를 위해 서로 「품앗이」외교를 펼치며 세계외교의 이니셔티브를 잡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는 둘의 관계를 80년대 로널드 레이건마거릿 대처의 「찰떡궁합」에 비유하고 있다.
90년대판 「앵글로아메리칸」 협력의 가장 큰 성과는 이달 초 북아일랜드 협상타결. 아일랜드계인 클린턴은 협상타결 막바지에 난항이 거듭되자 북아일랜드 신교도 및 신페인당 등 가톨릭계 지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협상을 독려한 끝에 결실을 보았다.
1월 유럽연합(EU) 의장국이 된 영국의 블레어는 최근 중동에 대한 유럽의 영향력을 활용, 중동평화협상을 복원시키기로 미국측과 교감했다.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고 미국의 중재안(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13.1%까지 철수)을 거부하자, 클린턴은 난감한 상태였다.
클린턴의 입장을 간파한 블레어가 즉각 팔을 걷었다. 20일 예루살렘과 가자지구를 잇따라 방문, 네탄야후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수반을 다음달 4일 런던으로 초청, 평화협상의 테이블에 끌어들인 것이다.
둘은 옥스포드대 동문이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블레어가 변화를 기치로 내걸자 클린턴은 각종 선거운동 「노하우」를 특별 지도, 「친구」의 압승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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