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군 군대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일본에 돈대신 사과만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위안부문제 해결에 있어서 일본정부를 압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려는 뜻이 깃들여 있다. 이로써 한국은 과거사 청산에 있어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게 됐지만 아쉬움이 너무 많다.정부의 이번 조치는 위안부정책의 커다란 변화를 뜻한다. 그동안 우리는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배상, 관계자처벌등을 요구해 왔다. 유엔인권위조차도 진상규명, 배상, 책임자처벌을 건의했었는데 사과만을 요구한 정부의 방침은 이 수준에도 못미친다.
위안부문제를 돈문제가 아닌 인권차원의 도덕적 문제로 부각시키는 한편 이 문제가 경직된 한일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고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외교관계를 우선해 위안부문제를 희생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민간단체들이 해온 모든 노력을 외면한 셈이다.
이젠 공은 일본정부측으로 넘어갔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의 고뇌에 찬 결단에 진심어린 사과로 화답할 차례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강제동원에 일본정부가 관여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솔직한 사과와 반성을 기피해왔다. 「군위안부문제가 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경을 깊이 훼손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식」 수준의 말장난 사과로 일관했다.
위안부문제 인식이 이러하다 보니 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책임이 소멸됐다고 배상을 거부해왔다. 그러면서도 「아시아여성을 위한 평화국민기금」이란 민간단체를 통해 보상을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해왔다.
이제는 민간기금 보상도 한국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불가능해졌다. 그동안 몇몇 피해자가 어려운 생활속에서 돈의 유혹에 넘어가 민간기금 보상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지원금이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치욕적인 민간기금 보상금을 받겠는가. 이것은 민간기금에 의한 보상이 유명무실해짐을 의미한다.
일본은 이처럼 제동이 걸린 민간기금 보상방침을 철회할 때가 됐다고 본다. 차라리 이 기금으로 위안부문제의 진상규명과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역사를 바로 세우고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한국정부가 돈문제를 대신 부담하면서까지 성의를 보였는데도 일본정부가 진상규명과 사과 및 반성을 계속 거부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다. 일본정부는 한국정부 조치에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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