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청정한 봄옷으로 갈아 입은 숲은 살아 있는 자연박물관이자 최고의 삼림욕장이다. 녹음이 하루가 다르게 우거지는 요즘은 나무가 1년중 가장 신선하고 건강한 기운을 내뿜는 시기. 도심의 황사지옥에서 벗어나 세속의 때와 시름을 털어버리고 싶을 땐 태고의 신비로운 속살을 간직한 강원 양양 미천(米川)골로 가보자.우리나라 유일한 연어회귀하천인 남대천을 거슬러 25㎞. 미천골은 연어의 귀향길을 따라 계곡으로 계곡으로 들어간 태백산맥 중턱에 깊이 숨겨져 있다. 5,6년전만 해도 산나물과 약초캐는 사람만 간혹 오갔던 오지중의 오지. 산이 깊은지라 봄도 늦었다. 진달래꽃이 막 피어났고 두릅나무가 노오란 머리를 쭈뼛쭈뼛 내놓고 있다. 이달초 내린 폭설도 최근에야 녹았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청설모가 두리번거리고 얼음풀린 계곡에서는 산천어와 열목어가 마음껏 노닌다. 또 전나무 소나무 참나무 박달나무 가문비나무 물푸레나무도 겨우내 움츠린 모습을 털고 앞다퉈 새옷으로 바꿔 입고 있다.
56번국도에서 빠져나와 휴양림시설까지 오르는 길(8㎞)은 훌륭한 산책코스. 93년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되며 닦아놓은 임도주변 「전시물」들이 발길을 묶는다. 웅장한 물소리와 경쾌한 산새울음이 어우러진 산내악(山內樂)을 감상하며 20분쯤 걷다보면 왼편 언덕배기에 절터가 나타난다. 선림원지(禪林院祉·도기념물 53호)다. 1,000여년전. 신라말 전국에서 중생구도의 꿈을 품고 출가한 스님들이 모여 참선을 하던 곳. 스님들이 어찌나 많았던지 공양시간 전이면 쌀씻은 물이 계곡을 이루어 뿌옇게 흘렀다. 그래서 미천골이다.
해인사를 창건한 홍각선사(弘覺禪師)가 한때 주석(駐錫)한 이 절은 900년께 산사태로 매몰됐다. 48년에는 「애장왕(哀莊王)5년」(804년)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동종(銅鐘)이 완전한 형태로 발굴됐다. 하지만 월정사에 옮겨 보관되던 중 한국전쟁때 파괴됐고 현재는 삼층석탑(보물 제444호) 석등(石燈·〃445호) 홍각선사(弘覺禪師)탑비(〃446호) 부도(浮屠·스님의 유골이나 사리를 넣은 탑·〃447호)등 보물 4점만이 옛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선림원지를 지나 2㎞쯤 오르면 이번엔 토종꿀채취소. 50여년간 옛날방식으로 벌을 키워 꿀을 따고 있는 곳이다. 엄나무(개두릅) 피나무 다랍나무등 꽃피는 나무에서 모은 꿀은 위장병과 허약체질에 특효약이라고 한다.
휴양림시설(03966711806)은 꿀채취소에서 4㎞정도 올라가야 한다. 강원동부지방산림관리청이 관리하고 있는 이 곳은 여유있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베이스캠프. 통나무와 돌로 지은 「숲속의 집」 12개동과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영장, 자연관찰원, 등산로등이 있다. 숲속의 집 이용료는 4인용이 3만원, 5∼8인용이 4만원이며 한달전부터 예약을 받는다.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김용택의 「그대 생의 숲속에서」중) 태고의 땅, 극락정토의 꿈을 간직한 미천골은 속인들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양양=최진환 기자>양양=최진환>
◎가는길/한계령·구룡령 거쳐야 양양·속초행 버스 편리
동서울과 상봉터미널에서 양양까지 직행버스가 하루 18회 운행하며 속초행 고속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6시4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있다. 5∼6시간 걸린다.
비행기는 오전 7시10분부터 하루 7회씩 왕복한다. 승용차로는 홍천에서 44번국도를 타고 한계령을 넘어가거나 구룡령을 거쳐가는 방법이 있다. 임도는 승용차로 오갈 수 있다.
◎먹을거리/남대천 명물 뚜거리탕 별미
남대천의 명물 뚜거리탕집으로 천선식당(0396-672-5566)과 돌식당(〃671-2503) 월웅식당(〃671-3049)이 소문난 집이다. 한계령 부근의 막국수집은 단양식당(671-2227) 실로암막국수(〃671-5547) 범부막국수(〃671-0743)가 유명하고 횟집은 낙산에 있는 파도회집(〃672-3687)에 손님이 몰린다. 의상대 아래 해안가 똑딱선에서도 싸고 싱싱한 회를 판다.
◎온천/오색 약수온천 등 지척
오색약수온천과 낙산해수사우나가 좋다. 오색온천은 신경통에 효험이 있는 알칼리온천과 소화기환자들이 자주 찾는 탄산온천을 갖추고 있다. 오색그린야드호텔(0396-672-8020)시설이 쾌적하다. 부인병 피부병치료에 효과있는 해수사우나는 지난해 개장한 프레야낙산리조텔(0396-672-5000)시설이 깨끗하다. 가격은 모두 5,000원이며 지역주민과 함께 가면 3,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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