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향안정되고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추세인데도 한번 올라간 물가는 내리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대리점협회가 발표한 3월중 원자재 수입가격지수(90년=100)는 지난 3월 74.98을 기록, 2월보다 1.52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를 나타냈다. 2월대비 하락폭이 큰 품목은 나왕(17.1%), 폐지(15.6%), 커피(14.5%), 프로판(10.7%) 등으로 한달새 각각 10%이상 값이 떨어졌다.원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두바이산 경질유가 11달러대에 머물고 있으며 액화천연가스(LNG)도 전달보다 8.1%나 하락했다. 소맥은 부셸당 3달러로 93년 7월이후 최저수준이며 대두, 옥수수등도 하락세다. 최근 원화환율은 1,300원대에서 지속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3월중 수입물가는 4.0%나 하락했다.
그런데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지수는 같은 달에 고작 0.2% 내리는 데 그쳤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시판할 때까지 어느정도 시차가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설탕 밀가루 커피 식용유등 각종 생필품 제조업체들은 지난해말 이후 환율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이유로 평균 40∼70%씩 제품값을 올렸다. 최근 환율이 안정되자 이들 업계는 겨우 4∼7% 값을 내리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은 생필품 가격을 부당하게 편승 인상하거나 매점매석하는 행위를 단속하라고 일선 세무서에 지시했다. 우리는 행정력을 동원해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원가요인이 뻔한 일부 생필품 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늑장을 부려 폭리를 취하는 행위까지 정부가 용납해서는 안된다.
제조업체들의 이같은 폭리는 음식점, 세탁소, 이미용원등 영세사업자들이 IMF체제이후 손님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값올리기를 자제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보인 것과도 매우 대조적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여러 여건을 따져보면 물가가 오를 요인은 별로 없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물 임대료는 바닥세이며 임금도 대부분 동결된 상태다. 환율이 하향안정되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원가 상승에 따른 원가압박은 물가인상의 핑계가 될 수 없다.
정부는 지나치게 제품값을 올린 생필품 업체들이 신속히 가격을 환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지난 1년새 무려 51.6%나 인상된 도시가스료와 같은 일부 공공요금에도 인하요인이 없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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