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 가동 선거법협상 철수 검토한나라당은 여권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의외로 급물살을 타며 구체적인 양상을 띠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국민회의의 조세형(趙世衡) 총재권한 대행이 21일 「문호개방」 방침을 노골적으로 밝히자 격렬한 비난공세를 펴면서도 「마음약한」 의원들을 일일이 점검하는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선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는 『국민회의가 정계개편이 마치 자기들의 손바닥안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등의 감정섞인 말들이 쏟아졌다. 김철(金哲) 대변인은 『지금 여당이 해야할 일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아니라 인사편중등 온갖 국정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는 스스로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핵심부를 겨냥한 회의분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모처럼 당사에 나온 이회창(李會昌) 명예총재도 『정치는 숫자라고 하지만 압력과 회유를 통해 의원들을 빼내가는 정치는 국민의 염증만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22일부터 「야당파괴저지 비상대책위」를 가동, 대여투쟁을 강화하고 경우에 따라 선거법협상에서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으로 여권의 정계개편 드라이브를 막아내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게 당지도부의 고민이다. 지방선거 후에 야당의원 집단영입이나 대연정과 같은 「큰 그림」의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던 예상이 어긋난 것도 대처를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여권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흔들리는 야당의원들을 각개격파식으로 공략하면 의외로 방어벽이 쉽게 무너질수 있기 때문이다.
당지도부가 파악하는 「포섭대상」 의원은 15명선. 이들은 주로 인천,경기, 충청지역에 몰려있으며 경북의 일부의원도 자민련의 꾸준한 회유를 받고있다. 하지만 자체 점검결과 당장 「적신호」가 켜진 의원은 없다는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여권의 의도대로 지방선거전에 정계개편이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할것』이라고 다소 느긋해하는 분위기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권이 「작심」하고 강풍을 몰아칠 경우 그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게 한나라당의 현실이다.<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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