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정기모임 통해 공포영화 전율 함께나눠비디오 대여점의 한 켠을 어김없이 차지하고 있는 공포영화 테이프를 보면서 사람들은 대개 『별 끔찍한 영화도 다 있네』, 『대체 누가 저런 비디오를 보는 걸까』하고 생각할 것이다.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처참한 경험」등등의 노골적인 카피에 학부모들은 혹시 자녀가 몰래 볼까봐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포영화만 좋아하고 「피」와 전율이라는 「끔찍한」 경험에 열광하는 사람들도 사회 한 켠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PC통신 하이텔의 공포영화 동아리 「호러천국」은 그렇게 공포영화에 미친 사람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95년 결성된 호러천국의 회원은 현재 200여명. 10여명이 뜻을 모아 작은 모임으로 시작됐지만 소문을 듣고 가입신청을 하는 마니아들이 많아 요즘은 신청자들을 엄선해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있다. 20대가 80% 이상이며 여자회원들도 30% 가량이나 된다.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서울 신촌이나 홍대 앞의 카페에서 영화상영행사를 갖는다. 5,000원 정도의 음료수값만 갖고 찾아온 회원들은 긴박감이 넘치는 장면에서는 함께 소리를 질러가며 영화를 관람한다. 현재 40회 이상 진행된 영화상영 행사에서는 주로 「전기톱」과 「도끼」가 난무하는 스플래터(신체를 절단하는 공포영화)나 하드코어(피가 넘치는 공포영화)가 상영됐다.
지난해 12월 5대 시솝에 선출된 김성현(金聖賢·20·건국대 1년)씨는 『쓰레기영화로 취급받는 호러영화 중에서 빛나는 명작을 발견하는 재미는 아무나 아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김씨는 『우리가 호러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현실이 아닌 가상이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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