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굴 노트·일기 등 활용/조금씩 다른 5가지 이론 정리/“후대학자들의 선별수용으로 진화론 전체 부정 오해 초래”『그 누구도 과학 안팎으로 이 사람(찰스 다윈)보다 더 크게 우리의 현대적 세계관에 영향을 준 사람은 없다』(8쪽). 하버드대 명예교수 에른스트 마이어(93)는 「진화론논쟁」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20세기 학문과 세계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로 카를 마르크스, 지크문트 프로이트, 그리고 다윈을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다양한 학파로 나뉘어지면서 본래의 프로이트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져갔다. 마르크시즘도 80년대말 사회주의체제가 몰락하면서 거의 설 땅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만은 「종의 기원」(1859)이 나온지 140년 가까이 흐른 오늘날까지 생물학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에서도 강력한 패러다임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진화론논쟁」은 마이어가 91년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낸 「기나긴 논쟁―찰스 다윈과 현대 진화론적 사고의 기원」을 순천향대 생명과학부 신현철교수가 옮긴 것. 신교수는 이 책이 『진화론논쟁을 시대별로 소개하기보다는 논쟁을 통해 다윈의 이론과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최근 30년간 새로 발굴된 다윈의 노트 메모 일기 미발표원고 등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 진화론의 발전과정을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마이어는 다윈주의로 일컬어지는 진화론이 조금씩 다른 5가지 이론의 종합체라고 주장한다. 즉 ①생물도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진화 그 자체 ②모든 생물은 궁극적으로 지구상에 단 한 번 나타났던 생명체에서 유래했다는 공동후손이론 ③한 종에서 두 자손종이 만들어지거나 한 종에서 다른 한 종이 만들어지면서 종의 수가 증가한다는 「종의 증가」 ④종의 증가는 서서히 일어난다는 단계주의 ⑤진화한 것들은 환경에 의해 선택돼 남게 된다는 자연선택론 등. 그러나 후대학자들은 이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종종 진화론 전체를 부정하는 오해를 낳게 됐다고 마이어는 분석한다.
마이어는 또 다윈도 미처 생각지 못한 현대유전학의 발견들이 다윈주의를 결과적으로 옹호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 자신 1920년대부터 50년대까지 도브잔스키, 렌쉬, 심프슨, 스테빈스, 티모피프레소브스키 등과 함께 다윈주의의 현대화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세기의 다윈」으로 통하는 마이어는 독일 태생으로 베를린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뉴기니섬에서 조류연구에 몰두했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섬에 갔던 것처럼 그는 이 섬에서 조류의 분화를 확인했다. 지난해 661번째 논문과 21번째 저서(「이것이 생물학이다살아 있는 세계의 과학」)를 냈을 만큼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사이언스북스. 9,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