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제’ 도입여부는(토론합시다)

▷질문◁1.서머타임제를 찬성/반대하는 이유는

2.서머타임제 시행의 장/단점은

3.반대/찬성 논리가 잘못된 점은

◎도입땐 연간 5,000만弗 절감/여가활용·자기계발 기회늘어/이석영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심의관

1.서머타임 제도는 1,2차 오일쇼크등 경제위기시 도입되어, 현재 선진국을 포함해 자연조건상 서머타임제가 가능한 거의 모든 국가(7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 증가율이 세계 4위이고 석유소비량은 세계 6위에 이를 정도로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달러 한푼이 아까운 이때 에너지절약과 함께 다양한 부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서머타임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2.에너지절약을 유도, 경제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국제수지 적자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전문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머타임제를 실시할 경우 하루 평균 조명에너지 소비를 8.1%, 냉방용 전력소비도 5.0% 정도 절약할 수 있어 연간 5,000만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개인의 여가 활용기회를 늘려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건전한 취미생활은 물론 자기계발의 기회도 늘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반대론자들은 서머타임제가 시행되면 생활리듬의 혼란과 근로시간 연장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활리듬의 혼란등 부작용이 그렇게 심각하다면 서머타임제가 선진국에서 일반화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시간 변화적응은 개인적 차이가 있으나 대략 1∼2주일이면 충분하다. 근무시간 연장 우려는 노동관계법 개정등으로 근로조건의 선진화가 이뤄지고 있는데다 근무관행의 변화등에 비추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정시퇴근 관행미비 연장 근무/생체리듬 파괴 산업재해 증가/이정식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

1.우리나라의 경우 30%정도의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더구나 최근 IMF사태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해고되지 않기 위해 노동자들은 아프거나 다쳐서 쉬어야하는데도 이 사실을 숨기고 무리해서 일을 하게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정시에 출퇴근하는 제도와 관행이 수립돼 있지 않다. 퇴근시간 이후에도 상사의 눈치를 보아야하는 관행이 정리해고의 불안감과 겹치게 될 때 그 폐해는 심각하다. 이 경우 서머타임제는 근무시간의 연장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2.서머타임제는 인위적인 시간변경에 따른 생체리듬의 파괴와 수면부족, 근무시간의 연장과 산업재해의 증가로 귀결된다. 특히 이런 영향은 교대제 근무자에게 치명적이다. 외국의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물리적 시간변화에 생리적으로 적응하려면 최소한 1주일이상이 소요되는데 바로 그 기간에 산업재해와 교통사고가 급증한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서머타임제 도입이후 산재사고와 교통사고가 8∼10%나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교통사고율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우리나라에서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3.서머타임제는 여가선용의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에너지 소비 증대와 공해증가, 그리고 과소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서머타임제는 일부 부유층이나 정시출퇴근자, 유한계층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므로 이들이 흥청망청할 가능성이 높다. 서머타임제 실시보다는 30분 이른 우리의 기준시를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

◎작년 도입의결… 보류/IMF닥치자 다시 거론/美·英 등 70여개국 실시/歐美선 에너지절약 보다 “가족중심생활” 이유 도입

시계바늘을 한시간 앞당기자는 서머타임제(일광시간 절약제)의 도입여부를 놓고 찬성과 반대의견이 팽팽하다. 낮의 길이가 긴 여름동안 이른 아침부터 일하고 저녁시간을 여가로 활용, 에너지도 절약하고 여가시간도 갖자는 것이 도입 취지다. 이에 반해 반대하는 측은 생활리듬을 깨는 만큼 절약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근무시간만 연장될 것이란 이유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도입하려던 서머타임제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올해에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서머타임제는 정부수립과 함께 도입돼 10년(52∼54년 잠정중단)동안 시행했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취약하고 경제·사회적인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61년 폐지됐다. 88올림픽을 전후해서도 2년간 실시했다. 에너지 절약효과와 여가시간 증가, 주류소비 감소 등 국민생활에 적지않은 긍정적 영향도 있었으나 생활리듬이 깨지고 근무시간이 연장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외국의 TV 방영시간에 맞추기 위한 「올림픽용」이라는 거부감이 많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97년 2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에서 서머타임제 도입을 의결해 6월에 구체적인 실시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도입이유로 여론조사를 들었다. 지난해 4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4%가 찬성했다. 찬성의 이유로는 여가시간의 활용기회가 늘어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일의 능률도 오를 것이란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생활리듬의 혼란과 수면부족 등을 들어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가자 정부는 최종결정을 보류했다.

정부는 올해 다시 이를 끄집어 냈다.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어려움이 겹쳐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의지다. 서머타임제에 대한 찬반논쟁이 여름보다 먼저 뜨겁게 달아오를 것 같다.

<외국의 사례>

서머타임제는 1784년 미국의 프랭클린이 최초로 주창한 이후 1차 세계대전때인 1916년 독일 영국 등지에서 처음 시작했으며 현재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을 포함, 7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서머타임제를 도입했으나 최근 구미에서는 에너지절약과 함께 퇴근후 여가활용과 가족중심의 생활 등을 이유로 도입하는 추세다. 특히 기후변화협약 등 환경문제가 부상하면서 이 제도에 대한 국제적인 여론도 높은 상태다.<이종재 기자>

◎생산성 높은 아침시간 활용 늘려야

▲김효성(金孝成)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서머타임제는 낮의 길이가 긴 여름동안 시계바늘을 1시간 앞당겨 에너지를 절약하고 여가생활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이다. IMF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절박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는 우리로서는 일광이라는 자연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이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서머타임제 도입은 일광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여 에너지 절약을 통한 무역수지 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이 높은 아침시간의 활용도를 높여 악화된 국가 경쟁력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여가시간의 활용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유흥음식점 출입등 향락 소비가 감소되는 반면, 건전한 가족오락이나 스포츠 등 여가수요의 증가로 내수경기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여유시간의 활용기회가 증가되어 근로자들로서는 취미생활 및 자기계발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기계발 및 자기만족의 증대는 곧 직장에서의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머타임제도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

◎큰 불편없이 에너지·외화절약 가능

▲코미디언 이경규=나는 솔직히 에너지 절약에 관한한 거의 문외한이었다.

그렇지만 MBC­TV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이경규가 간다」를 진행하면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에너지절약 하나만으로 상당한 외화를 아낄 수 있고, 이는 외화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에너지는 곧 달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에너지절약 시책으로서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머타임제는 우리생활에서 큰 불편함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에너지절약 방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해가 긴 여름철에 낮 시간을 늘림으로써 전기를 아낄 수 있고 개인의 시간적 여유도 추가로 얻을 수 있으나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안이 아닐까. IMF 사태 극복을 위해 모두들 노력하고 있는 이때, 에너지도 아끼고 외화도 버는 방안은 결코 우리에게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

에너지자원이 전무한 우리의 실정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에너지절약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머타임제 도입을 찬성한다.

◎건강권 간과… 美·유럽서도 폐지론

▲김태연(金泰演) 민주노총 기획부국장=서머타임 실시의 주요근거는 에너지 절약이다. 그러나 이런 근거에 의해 이 제도를 먼저 실시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폐지론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 절약이란 결국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것인데, 총체적인 사회적 비용의 측면에서 보면 부합되지 않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권 문제를 차치하고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많은 문제가 있다. 필연적으로 수면부족을 야기하고, 생체리듬을 혼란시켜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정책입안자들이 결정적으로 간과하고 있는 것은 개개인의 건강권이다. 한국의 표준시계는 이미 태양시계보다 40분 가량 빠르다. 여기에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면 1시간40분이나 태양시간에 어긋나게 된다.

특히 노동자들은 많은 경우 1시간 일찍 출근한다하여 1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작업시간의 연장으로 귀결되어 노동자들은 이중삼중으로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다.

◎상사눈치 보느라 여가확대 불가능

▲이철(李喆)공무원 직장협의회 건설준비모임 사무국장=IMF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차원 등의 목적으로 서머타임제를 시행할 예정이란다. 언제나 그랬듯이 공무원 사회부터 먼저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시기는 올 여름부터로 예정된 것 같다. 서머타임제가 정부가 목적하는대로 에너지절약 및 개인여가시간 확대 등에 성과를 거둘수 있을까. 공무원 사회에서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거의 대부분의 중앙부처 공무원은 주말도 없이, 평일에도 밤 11시, 12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늦게까지 근무하는 이유는, 국·과장 등 상급자가 퇴근하지 않아 언제 호출할 지 모르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대기해야 하는 게 다반사다. 지방공무원의 경우 조금 사정은 나을지도 모른다. 서머타임제가 몸에 배어 있지 않는 많은 국민들은 오후 5시 이후에도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관공서를 방문할 것이다. 특히 요즘같은 IMF시대에 민간기업이든 공무원이든 오후 5시 정시에 퇴근할 직장인이 많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머타임제가 목적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