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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성’ 날개달고 세계무대 야심/황영성씨 가족이야기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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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성’ 날개달고 세계무대 야심/황영성씨 가족이야기展

입력
1998.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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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5월6일 갤러리현대·박영덕화랑/“사물도 인연맺으면 가족” 주제/토속짙은 작품 90점 선봬/시카고·뉴욕 아트페어도 참가한국적 정서를 고집하는 양화가 황영성(57·조선대 미대학장)씨는 5월 시카고, 9월 뉴욕에 이어 내년 1월 마이애미 아트페어(미술견본시장)에 나간다. 국내 작가들의 아트페어 참가는 이제 흔한 일이지만 그의 해외진출을 보는 화랑들의 시선은 여느 작가와는 다르다.

『사실 아트페어에 참가해보면 「누구 누구」를 닮았다는 얘기가 가장 겁이 난다. 우리 화랑소속 대가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는 게 사실이다. 황씨 작품은 이런 점에서 가장 자유롭다. 이제 그를 국제적인 화가로 본격 마케팅할 시기가 된 것같다』(갤러리현대 박명자사장)

황씨는 이미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지만 3년만에 서울의 두 화랑에서 여는 개인전을 앞두고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 개인전은 22일부터 5월6일까지 갤러리현대(02­734­8215)와 박영덕화랑(02­544­8481)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이룬 것」에 대해 보고하고 앞으로 「이룰 것」에 대해 예고하는 자리이다. 이룰 것은 바로 토속성에 국제성의 날개를 다는 것이다.

지난 해 프랑스 망테라졸리시립미술관, 아자치오시립미술관, 영국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의 헨리무어 갤러리에서 순회 전시됐던 대형작품을 포함해 근작 90여점을 내놓는다. 90년 이전 작품과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90년 한해동안 알래스카를 시작으로 미국 서부와 멕시코 페루등의 인디언 루트를 여행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91년부터 93년까지 파리에 소유하고 있던 화실에 파묻혀 해온 작업이 변화의 요인이다.

『고향과 다름없는 광주(光州) 근교의 증신사에는 오백나한상이 있습니다. 그곳 나한들은 출가하기 이전에는 생김새도, 삶도 달랐습니다. 마을입구의 돌무덤도 마찬가지지요. 오래 살게 해달라고, 아들을 달라고,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던진 돌로 이뤄진 그 돌무덤은 우리 염원의 실체이자 상징입니다. 같아 보이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는 그런 모습이지요』 그는 이런 정서를 자신의 「가족 이야기」에 도입했다. 가족의 주위를 누렁소 개 돼지등이 둘러싸고 꽃 나무 열차 비행기등 우리 삶과 밀접한 것들이 기호형태로 다시 빼곡하게 감싼다. 정서 뿐 아니라 그리는 방식도 돌무덤이나 나한상의 모티프를 닮았다. 사물과 생명을 같은 크기로, 병렬식으로 나열한다.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은 모두 다 가족이고 경중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유화보다는 아크릴을 즐겨 쓰는 것도 요즘의 변화이다. 산뜻하지만 자칫 가벼움이 염려된다. 『무겁고 진지한 것이 가볍고 경쾌한 것보다 더 예술적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예순이 몇해 남지 않은 그는 40년의 그림인생을 등에 지고 한 번 날아볼 참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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