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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위·금감위등 층마다 방마다 ‘북적’/로비역풍에 개혁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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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위·금감위등 층마다 방마다 ‘북적’/로비역풍에 개혁 ‘흔들’

입력
1998.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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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관 10분씩 할애해도 상반기 다 소비할판/부실금융 정리 지연도 로비탓 부인못해/막판 정계·고위층 부탁땐 “어떻게할까…” 벌써 걱정구조조정의 핵심대상인 공기업과 금융기관, 재벌에 대한 개혁작업이 당사자들의 강한 로비 역풍에 부딪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출연기관에 대한 경영혁신작업에 대해 대부분 부처들이 기존 체제유지를 주장하며 기획예산위원회를 상대로 로비만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관계기관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 정리방침이 정해진 지 3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재벌그룹의 구조조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YS정권때와 마찬가지로 개혁이 용두사미에 그치는게 아니냐』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민원인이 직원들보다 많을 정도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기획예산위원회 1층 출입구. 이곳에 새로운 입간판 하나가 걸렸다. 「출입증 패용하고 들어오세요」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통제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1층에는 재정개혁단과 행정개혁단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부터 민원인이 갑자기 많아진 것은 행정개혁단이 정부출연기관의 경영혁신방안을 이달말까지 마련키로 하고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150여개 공기업 개혁을 맡은 5층도 마찬가지다. 공기업 혁신방안이 원칙적인 민영화로 기본적인 윤곽을 드러내자 「○○공사」 「△△공업」이라는 명함을 든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190평인 5층 건물에 근무하고 있는 기획위원회 직원들은 40명. 이중 예산관련 인력을 빼면 공기업 개혁업무 담당자는 10명이 채 안된다. 어떤 때는 민원인이 기획위직원들 보다도 많다.

◆정치권·고위층로비가 더 큰 걱정

개혁업무를 맡고 있는 A국장의 하소연. 『면담과 전화, 자료공세에 업무를 못 볼 정도입니다. 한 기관당 10분씩만 해도 맡고있는 기관의 요구대로 다 만나려면 올 상반기 내내 사람만 만나야 할 것입니다』 아직은 연구기관들이 주축이어서 사무실에서 점잖게 얘기했지만, 공기업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리작업이 시작된 이후 들이닥칠 민원에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지연 학연은 물론 신실세들을 등에 업고 있어 솔직히 안만나기도 어렵습니다. 막바지의 정치권과 고위층 로비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금융구조조정도 로비에 표류

부실은행과 증권·종금사 등의 생사를 결정해야 할 금융감독위원회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사들의 로비전에 시달리고 있어 구조조정의 성패는 「로비와의 전쟁」에 달려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동서·고려증권. 이들 증권사는 치열한 막후 로비전으로 인해 영업정지조치가 3개월동안 최종판단을 보류한 채 3번씩 연장되고 있으며, 대한·나라·제일종금 등에 대한 최종판단도 지연되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부실금융사에 대한 최종 구조조정방안이 아직도 확정되지 못한 것은 이들 금융사들이 곧 외국투자자들의 지분참여 등을 통한 정상화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정·관계의 실세 등 온갖 경로를 통해 로비전을 벌여 조기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이종재·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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