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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잡힌 일본?/황영식 도쿄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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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잡힌 일본?/황영식 도쿄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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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디에이고 대학의 프랭크 파트노이 교수가 쓴 「대파국」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2월말 발매 이래 벌써 4만5,000부가 팔려 나가 경제·경영 부문 정상에 올랐다.모건 스탠리증권에서 금융파생상품 거래를 맡았던 저자가 이 책에서 「고백」한 월스트리트의 모습은 거대한 사기 도박판이다. 「정부기관」이라는 멀쩡한 간판을 달고 있지만 안에서는 합법화 이전의 음습한 도박판에서나 성행했을 「사기 도박」이 한창이다. 저자가 속했던 70명의 팀은 2년만에 10억달러의 수수료를 챙겼다. 20대 청년이 연 1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요지경이다. 탈세와 분식 결산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신용평가 기관을 포섭, 쓰레기 채권을 초우량 채권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딜러들은 스스로를 「살인청부업자」, 「피냄새를 맡은 상어떼」로 부르는 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이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금융파생상품 시장의 생생한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일본이 「봉」으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스탠더드(미국 기준)」에 대한 의문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경제 불안의 원인을 시대착오적인 일본식 시스템에서 찾아 반성하고 개혁을 다짐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문예춘추(文藝春秋) 5월호는 「신 미일전쟁」이라는 특집에서 미국의 호황과 일본의 불황이라는 대조적인 모습은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금융시장의 왜곡된 구조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했다. 또 격주간 시사정보지 사피오 최신호는 「미국기준을 의심하라」는 특집에서 임의로 설정된 「미국 기준」은 거부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이 일본 경제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자신감 상실」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귀에 거슬리는 「엔 국제화」 주장도 지나친 달러 의존을 피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으면 우리에게도 약이 될 수 있다. 다만 안팎의 문제를 보는 시각이 균형을 잃어서는 안된다. 일본도 우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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