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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장관의 질타/권대익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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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장관의 질타/권대익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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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해찬(李海瓚) 교육부 장관에게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16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 강남교육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거침없이 분노를 터뜨렸다. 『도대체 교육청이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는게 말이 되느냐』 『강남지역은 공교육이 사교육의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다』 『촌지교사를 3개월만 정직시킨 교육청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

신임장관과의 상견례 정도로 생각했던 교육청직원들은 「덕담」 대신 뜻밖의 질타에 아연해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젊은장관에게 혼이 난 유인종(劉仁鍾) 교육감은 오후 강남교육청 보고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직행한 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교육개혁을 절체절명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이장관의 취임후 한달여간 행적을 눈여겨보면 교육계 전반에 대한 그의 인식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아마 이같은 심정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17일 신문사에는 수많은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어 이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후련하다』고 했다.

그러나 「충격」을 감당키 힘들어하는 교육계에서는 벌써부터 이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오고 있다. 요약하면 『교육에 대해 경험도 없는 장관이 함부로 칼질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때문에 정치인 출신인 그가 교육부장관으로 기용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38명의 문교·교육장관중 비전문가로는 그가 두번째다. 어느 분야든 너무 익숙한 이들에게서는 진취성과 개혁의지를 기대하기 힘든 법이다. 오히려 오랜 관행과 타성에 젖은 교육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개혁은 불가능하다.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촌지에 냉가슴앓아온 수많은 학부모들이 「이번에야말로 뭔가 이루어지겠지」하는 기대를 품고 이장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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