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부가 언론통제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권력의 편에 서거나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많았던 언론에 대한 개혁도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김대통령의 언론관이 과연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 우선 17일자로 단행된 서울신문 임원인사를 보면 새정부의 언론정책, 또는 인사정책의 원칙이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가 주장해왔던 인사의 균형이나 적재적소 원칙보다는 정실인사라는 인상이 두드러진다.
서울신문의 살림을 맡을 전무로는 대통령 장남의 처남이 임명됐다. 그는 지난 대선때 김대중 후보의 선거 광고를 성공적으로 제작했다는 평을 들었던 광고전문가다. 주필겸 상무는 아태재단 기획실장을 지낸 사람을 임명했는데, 신문의 논조를 주관하는 주필이란 직책을 비언론인 출신이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감사 역시 지역적인 고려가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들 각자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고위층 인척과 측근으로 구성된 언론기관의 인사가 국민에게 어떤 인상을 줄것인지는 고려했어야 한다.
이미 사장직에 대통령 인척이 기용된바 있는데, 다시 전무직도 이런 정실인사로 채웠으니 어떻게 구설수를 피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대통령의 언론관에 관한 문제일뿐 아니라 인사의 양식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낙하산 인사, 정실인사를 하고도 언론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자신의 4촌처남을 사장에 앉히고 서울신문의 자율·독립성을 강조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 새정부를 위해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또 새정부는 출범이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비서실 출입을 막아 논란을 빚고 있다. 많은 기자들이 비서실 출입을 하게되면 비서관들이 일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이유다. 미국의 백악관처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취재에 응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출입기자들은 정부출범후 대변인 브리핑이 너무 형식적이고 홍보위주여서 청와대 취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비서실 출입은 권위주의 정부아래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따라서 출입 통제가 대변인이 공급하는 「홍보기사」만 받으라는 저의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김대통령은 신문의 날에 「언론의 우정있는 비판」을 주문했다. 또 새정부는 서울신문같은 매체를 가질 이유가 없어 민간에 불하의사까지 밝힌바 있다. 어느것이 진심인지, 대통령과 정부는 언론관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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