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엉망이군.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당을 깨자는 건가. 표결에 부쳐 처리하다니…』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끝난 15일 밤 11시20분. 이한동(李漢東) 부총재가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혼잣말로 불평을 털어놓았다. 조금전 총재단이 고심끝에 결정한 선거법개정안 분리처리 방침이 수도권 초·재선의원들의 「반란」으로 뒤집어졌기 때문이다.이날 밤 3시간여 동안 지리하게 계속된 한나라당 의총회장에는 총재나 부총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연합공천 금지문제 등의 미타결 조항을 놓고 질질 끌어봐야 실익이 없다』 는 총재단 방침이 전해지자마자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타협을 해야해. 다수당인 우리가 겁날게 뭐가 있어』라는 등 원색적인 고성만이 난무했다. 보다못해 신상우(辛相佑) 부총재 등이 나서 과거 야당사까지 인용하며 『당의 사활을 걸 일이 아니다』라고 거의 애원조로 설득했으나 별무소득이었다. 초·재선 강경파들의 기세에 눌려 계파 수장이나 당직자, 중진의원들의 목소리는 아예 나오지조차 못했고 일부 의원들의 절충안이나 온건론엔 야유만 쏟아졌다.
결국 어쩔수없이 표결로 갔고 그 결과는 42대 31로 재협상안이 승리했다. 전체의원 158명중 102명만이 참석했고 그나마 29명은 기권해버린 결과였다. 당연히 표결의 효력문제가 제기됐지만 모두가 귀찮다는듯 자리를 떠버렸다. 바로 며칠전 전당대회에서 당의 최고어른으로 선출한 총재단을 「나무에 올려놓고 흔든게」 민망해서 였을까.
실리도, 명분도, 체면도, 절차도, 서열도 모두 잃어버린 이날 사건을 놓고 당 일각에선 『당이 더욱 민주적으로 바뀐 것』이라고 자위하기도 하지만 「주인없는 정당」을 재차 확인한 일로 당내엔 냉소가 더욱 넘쳐난다. 『차라리 100석정도의 알찬 정당으로 새로 태어나는게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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