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에게 칼을 쥐어준다지각 없는 어린아이가 위험한 칼을 갖고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중국 고사(故事)에는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 조도상금(操刀傷錦칼을 잘못 잡아 비단을 버린다)이 있다. 한마디로 무능한 사람에게 일을 맡겨 그르친다는 뜻이다.현대국가 구조에서 어린아이에게 칼을 쥐어주고 비단을 버리게 만들듯 국가를 어지럽게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국가권력이다.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권력의 유혹」에 빠져 부리는 사람을 잘못 뽑거나 무능한 사람에게 권력 일부를 위임할 경우 그 권력은 국사를 그르칠뿐만 아니라 권력 자체에도 부메랑 효과를 가져온다.
권력은 국가의 조직과 인사, 자금을 장악하는데서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능은 바로 「황제 대통령」에 버금간다. 대통령이 정점에서 국가권력을 행사하고 대통령의 위촉을 받은 사람들이 이를 나눠 행사하는게 대통령 중심제다. 이러한 구조에서 대통령이나 측근들이 권력의 유혹에 빠질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한다. 왜냐하면 권력은 도처에 함정을 파고 힘을 가진 사람이 함정에 빠져 오염된 권력을 행사하기를 고대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오염된 권력은 물론 국가를 나락으로 몰아가는 주범이 된다.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아직까지 권력의 유혹에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고위직 인사를 놓고 일부에서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청와대측의 두 차례에 걸친 해명을 들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나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을 되돌아 보면 새 정부가 과연 앞으로도 권력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건전하게 국가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해진다. 김영삼정부는 그들을 문민정부라 자찬했지만 언론일각에서는 문민독재정부라고 불렀다. 그만큼 문민정부는 폐쇄된 틀 속에 권력을 집어넣고 이를 자의적으로 행사했다. 권력의 유혹에 빠진 정권에 다름 아니었다.
비근한 예로 문민정부는 출범 전에 안기부를 절대로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했다. 문민정부 초창기 안기부가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자 권력은 그 선언을 잊어버린듯 입맛에 맞는 정보를 원했다. 일부에서 문제를 지적하자 권력은 『선언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때부터 안기부의 주업무는 정치간섭과 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은 인사들에 대한 미행과 도청, 이를 취합한 정보보고서 작성이었다고 한다. 권력의 유혹에 빠져 구미에 맞춰 꾸며진 정보로 제반 국사를 재단하다보니 이 모양 이 꼴이 된 나라를 새 정부에 물려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정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안기부를 대폭 수술하고 은근히 인사탕평책을 구사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양새만 갖추어 졌을뿐 내막은 그러하지 못하다는 소리가 적지 않다. 권력과 직결되는 요직은 내 사람으로 채워져 있고 그들이 은근 슬쩍 실세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측근이나 내 사람은 주군의 입맛을 잘알기 때문에 이 입맛에 맞춰 모든 것을 꾸미고 그려낸다. 그러다 보면 국사는 뒷전이 된다.
권력을 잡으면 누구나 자기 사람을 기용하고 그들을 통해 큰 소리를 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 유혹에 빠지지 않는 길은 여러가지 일 수 있다. 그 길은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의 눈에만 보일 뿐이며 길을 찾아 유혹을 뿌리치는 것도 당사자의 몫이다. 그만큼 권력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권력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참다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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