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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SW벤처기업들 실리콘밸리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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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SW벤처기업들 실리콘밸리에 떴다

입력
1998.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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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소프트웨어 지원센터 & 박승진소장/세계최고 고수들과 승부위해 국내벤처기업 10개사 입주/“마케팅·금융 ·로펌관련 정보망 등 인간관계 네트워킹따라 성패 성공못하면 돌아가지 않겠다”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을 끼고 자동차로 한 시간거리에 있는 황금의 계곡,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서 남쪽 새너제이까지 길게 펼쳐진 이 곳은 오늘도 억만장자 신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땀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순식간에 밀려왔다 사라지는 신기술과 사람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새로운 「스타탄생」을 알리는 실리콘밸리의 거친 사막은 이제 젖과 꿀이 넘쳐나는 기회의 땅이다. 세계 정보산업계는 이제 「모든 것은 실리콘밸리로 통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주저없이 만들어 내고있다. 세계 정보산업계의 심장부, 실리콘밸리에 코리아의 돌격대장이 떴다. 그는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의 메카에서 당대 최고 고수들과 한판승부를 겨루기 위해 벤처기업들을 몰고 현지로 뛰어들었다. 박승진(39).

박씨는 22일 미국 새너제이 실리콘밸리내에서 문을 여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연구단지인 「해외소프트웨어(S/W)지원센터」초대소장이다. 해외S/W지원센터는 가능성있는 S/W벤처기업들을 미국 실리콘밸리현지에서 인큐베이팅(양육)해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련한 연구개발센터.

젊은 대장은 국내에서 갈고 닦은 비장의 카드를 가슴에 품고 홀연히 실리콘밸리 사막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3월 24일 홀홀단신 비행기에 올랐던 박소장은 짐을 풀기가 무섭게 긴 레이스의 스타트를 끊었다. 새벽부터 움직여 오후 9시께 아파트로 돌아온다.

새너제이시청과 금융계를 쏘다니며 귀동냥을 한 지 20여일. 콩볶아 먹듯 설친 끝에 박소장은 22일 예정인 센터오픈식 준비를 끝냈다. 국내 벤처기업 10개사의 입주일정을 확정짓고 실리콘밸리입성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박소장의 억척스러움은 소장 공개채용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97년 10월 공개채용시 심사위원과 거리가 멀다며 의자를 들고 면접관 바로앞에 앉아 면접을 보았던 그다. 영어로 진행된 당시 면접에서 미국인수준의 능통한 영어를 구사, 40여명의 지원자는 물론 면접관까지 주눅들게 했던 박소장의 가슴은 면접장이 아닌 실리콘밸리에 벌써 와있었다. 박소장이 센터소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IBM, LG­EDS에 근무하며 소프트웨어현지화의 필요성을 일찍이 간파했기 때문이다. 『90년대초 컴퓨터마케팅을 하며 실리콘밸리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그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비즈니스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였습니다. 이제 그 꿈을 실현할 때가 됐습니다』

박소장의 출사표는 간단하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꾼」들을 모을 생각입니다』. 그가 말하는 꾼은 바로 센터의 성패를 좌우할 현지 「전문가그룹」.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것은 꾼들의 연결고리입니다. 그 꾼들과 손잡고 그 연결고리에 끼지 못하면 현지화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박소장의 「꾼」에 대한 소신은 확신에 차있다. 그가 꼽는 꾼들은 다양하다.

첫번째 꾼은 파이낸싱(금융). 엔젤캐피탈(사업시작단계에 투자하는 모험자본)과 벤처캐피탈(모험자본)을 죄다 꿰찰 생각이다.

두번째는 마케팅을 비롯한 유통분야의 컨설턴트다. 엔지니어와 법률회사(로펌)와의 연결고리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박소장의 준비된 카드는 실리콘밸리내에 엔지니어들끼리 연결돼 있는 「정보망」(네트워크)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다.

『실리콘밸리내의 기술개발정보는 특정업체와 손을 잡는다고 가능한 게 아니고 실리콘밸리이외 사람들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사람간의 네트워킹에 숨어있습니다. 여기에 합류할 수 있느냐가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는 이를 통해 이 곳 정보망의 3대 주류(메인스트림)에 기필코 합류하겠다는 생각이다. 마케팅, 자본·금융, 로펌(법률회사)이 그것.

박소장의 이러한 포부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센터의 장민호(36)과장이 바로 든든한 오른팔이다. LG­EDS에 근무하던 장씨는 박소장이 센터에 영입한 인물.

주한미군에 복무하다 LG­EDS에 근무하게된 인연으로 이번에 합류하게 됐다.

버클리대를 졸업한 장씨는 미국시민권자로 실리콘밸리내에서 10년가까이 산 적이 있는 실리콘밸리통이다. 마이클장으로 통하는 이 곳에는 그와 친분이 두터운 버클리, 스탠포드대 졸업생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장씨의 임무는 입주업체들이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이해할 수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내 한인 2세그룹들과의 연대를 적극 추진중이다. 장씨는 『「카세」(KASE)로 불리는 한인 2세 벤처그룹들은 이민 1.5∼2세대들을 주축으로 실리콘밸리내에서 1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귀뜸한다. 박소장의 취약한 현지사정은 이렇듯 「미국인이나 다름없는」장과장의 경력덕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국내 벤처기업을 입주시키는 일. 박소장은 비자문제에서부터 아파트구입, 자동차를 빌리는 일, 회사문을 여는 일 등 이 곳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몸으로 뛰는 일」은 모두 돌격대장의 몫인 셈이다.

박소장은 이를위해 이미 새너제이에 위치한 국제적 창업전문기관인 IBI사와 업무협조를 해놓고 있다. 박소장은 벌써 국내 정보산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는 또하나의 개척자로 떠오르고 있다.<김광일 기자>

◎실리콘밸리 역사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만을 따라 남쪽 새너제이시까지 뻗어있는 지역을 말한다. 계곡(밸리)을 따라 실리콘기술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와 컴퓨터업체가 들어서 있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 실리콘밸리의 태동은 1938년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한 빌 휴렛과 데이브 팩커드가 팔로알토시에 휴렛팩커드(HP)사를 설립하면서도 시작됐다. 이후 반도체,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세계 정보산업계의 심장부로 부상했다. 실리콘밸리가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자리잡게된 것은 교통요충지인 데다 스탠퍼드대, UC버클리대, 새너제이대학등 명문대학이 있어 유능한 모험기업가들을 집중 배출했기 때문이다.<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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