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사장」이란 글자 그대로 고용된 사장을 말한다. 소규모 자영업 형태는 대부분 사장이 오너 즉 소유주다. 그러나 규모가 크거나, 오너가 경영일선에 나설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 소유주를 대신해서 경영책임을 맡은 사람을 우리는 「고용사장」이라고 부른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전자(前者)를 전문경영인 사장이라 하고, 후자(後者)가 바로 고용사장이다.전문경영인 사장이 기업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재량권을 갖고 책임경영을 한다면, 고용사장은 대개 오너의 뜻이나 지시에 의해 기업을 관리한다. 전자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근대적 기업의 대표이사라면 후자는 명목상의 「간판」일뿐 상법상 아무런 책임이 없는 「얼굴 마담」에 불과하다.
지금 정계에 때아닌 「고용사장론」이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박태준(朴泰俊) 자민련총재. 박총재가 최근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제동으로 지방선거 공천문제가 꼬이자 『나는 고용사장』이라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고 한다. 말인즉 옳다. 민자당에서 충청도세력 일부를 이끌고 나와 자민련을 창당한 사람은 바로 JP다. 누가 뭐래도 자민련의 실질적 오너는 JP임이 틀림없다.
DJP공동정부 아래서 제2인자격인 총리를 맡으려다 보니 TJ에게 당을 얼마간 맡겼을 뿐이다. 따라서 TJ는 「오너JP」의 수렴청정속에 자민련을 임시관리하고 있는 입장이다. 시쳇말로 「얼굴마담」에 다름아니다. 적어도 형식논리는 그렇다. 하늘아래 둘도 있을 것 같지 않은 이런 공동정권이 오늘날 우리정치의 현주소다.
15일 자민련의총에는 이례적으로 JP가 자신이 심은 각료들을 대동한채 참석했다. 「고용사장 TJ」의 「변심」가능성에 쐐기를 박기위해서라는 해석과 『정국운영 핵심파트너는 바로 나요』라는 대(對)DJ 시위용이란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어느쪽이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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