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실직대출 첫날 표정/희망안고 갔다가 어깨 축처진 귀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실직대출 첫날 표정/희망안고 갔다가 어깨 축처진 귀가

입력
1998.04.16 00:00
0 0

◎문의빗발속 대부분 자격미달… 보증인 싸고 항의소동도정부가 2조800억원을 투입, 실업대책의 핵심사업의 하나로 선정한 실직자 대출사업이 15일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예상했던대로 실직자들의 보증과 담보능력 미비문제가 첫날부터 불거져 시행과정에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관련기사 21면

이날 근로복지공단의 전국46개 지사 접수창구에는 아침부터 실직자와 가족들의 문의전화가 폭주, 일반업무는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대부분의 실직자들은 급한 생계비나 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전화를 걸어왔으나 공단측으로부터 『서류심사를 통과해도 보증인이 있어야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설명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나마 공단을 직접 찾은 실직자들조차 구직등록한 지 3개월이 되지않는 등 무자격자가 많거나 주민등록등본 등 준비서류를 갖추지 않아 신청서만 받고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문에 실제 접수건수는 공단 지사별로 10건도 안되는 곳이 대부분이었으며 곳곳에서 항의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아침일찍 공단의 서울북부지사를 찾은 구모(36·동대문구 용두1동)씨는 『지난해 6월 운전사로 일하다 실직해 아이들 학자금을 빌리러 왔는데 보증인이 없으면 대출이 안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도대체 실직자인줄 뻔히 아는데 어디가서 보증을 받아오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김모(43·서울 강동구 거여동)씨는 『대출재원으로 쓸 고용안정채권이 안팔리자 빌려줄 돈이 없어 일부러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한 것 아니냐』며 『정부는 생색만 내고 돈을 빌려주고 회수하는 책임은 은행에 떠맡긴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자금 대출 상담을 하러온 김모(56·도봉구 쌍문동)씨도 『1억원까지 빌려준다는 말에 솔깃했지만 1,000만원이상 대출은 은행대출규정과 똑같은 담보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속은 기분이 든다』며 『담보가 없으면 공단의 서류심사를 통과해도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 아니냐』고 허탈해 했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실직자대출은 돈을 거저 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것』이라며 『실직자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보증도 없이 빌려줄 경우 제대로 회수할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김선수(金善洙)변호사는 『현실적인 능력과 여건을 도외시한 실직자 대부사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지 의문』이라며 『당장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일자리창출이라는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의 실업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동국·이동준·김정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