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군 군대위안부들에게 1인당 3,150만원의 정부지원금과 민간모금 등 도합 3,800만원을 지급키로 했던 방침이 국무회의에서 보류된 것은 갈팡질팡하는 위안부정책의 한 상징이다. 이것은 위안부문제가 중요한 외교현안인데도 정부의 기본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음을 뜻한다.정부가 관계부처는 물론 민간 피해자단체와 충분히 의견을 나누었다면 이같은 혼선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 방침조차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일을 서두르다 오히려 혼선만 부각시키게 됐다.
지원금을 보류한 것은 위안부문제 해결에 미묘한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 해명이다. 돈이 위안부문제의 해법처럼 비친 양상을 지양, 위안부문제는 단순한 과거사가 아닌 인권과 도덕성의 문제란 기본인식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라지만 위안부할머니들에게는 지금 지원금이 급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안부정책은 일본에 배상과 사과를 요구할 것이냐, 사과만을 요구할 것이냐는 문제로 엇갈려 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3년 3월 물질적 보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5년후인 지난 1월 외무장관은 이를 뒤엎고 일본의 배상책임을 거론했다. 14일 박정수 외통부장관은 이를 다시 뒤집어 사과와 반성만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에 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배상금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하지만 납득할 수 없다. 비인간적 만행을 저질렀으면 배상하는 것이 당연하다. 위안부할머니들의 아픔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없이 위로받을 수 없다. 외교문제란 이름으로 이를 덮어버릴 수는 없다.
위안부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처럼 한일간의 「정신적 가시」다. 한일간의 과거사를 재정립하고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도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부터 지난 50년간의 무관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위안부정책의 기본입장을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위안부문제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일본정부의 비협조로 진상이 아직도 베일에 가려있고, 고령의 위안부할머니들은 비참한 생활을 하다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은 대부형태로 위안부할머니들에게 지급하고 일본에서 배상금을 받으면 갚도록 해야 한다.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 살고 있는 문명순 할머니(81)가 한국일보 주선으로 63년만에 가족을 찾은 가슴저린 사연(한국일보 14일자 31면)은 이 문제 해결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가를 말해준다. 정부는 많은 나라에서 망향의 한을 안고 살고 있는 위안부할머니들을 찾아내어 진상규명과 실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 실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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