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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과 정당혁파/鄭宗燮 건국대 교수·변호사(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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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과 정당혁파/鄭宗燮 건국대 교수·변호사(한국논단)

입력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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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4월, 한국 정당의 시계는 몇시인가? 낮인가 밤인가? 나라가 위기에 처해 어디로 가는지도 불투명하고 「노사정 대타협」에서 노동자만 길거리로 나앉고 있는데 정치개혁은 말만으로 떠들다가 온데간데 없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개혁의 기본가치는 여전히 민주화와 세계화이지만, 여기에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건너야 할 강도 많다. 세계화에는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되고 전문가들도 경고하고 있듯이 「세계화의 덫」을 피해가야 할 험한 길도 놓여있다.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국제통화기금(IMF)체제는 지뢰밭을 통과하는 것과 같이 긴장되고 위험한 길이다. 주권의 무력화, 국제금융자본의 시장조작, 초국적 기업의 주요산업 장악, 저임금, 구매력의 저하, 중소기업의 도산, 빈곤층의 양산, 빈부격차의 심화, 사회 구심력과 통합력의 저하, 재정위기의 상존화, 사회 불안정등 곳곳에 지뢰들이 널려있다. 우리는 외채상환의 구조속에서 세계화의 깃발을 들고 이런 지뢰밭을 통과해야 한다.

6·25이래 가장 어려운 이 난국에 국민의 대표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오늘날 대의제(代議制) 국가에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고 그에 대해 일차적 책임을 지는 사람은 국민의 대표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국민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이 온통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서로 당리당략으로 싸우고 있고 국가의 위난은 뒷전으로 한채 제몫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대선(大選)을 거치면서 서로 맞지도 않는 세력끼리 급한대로 짝짓기를 한 정당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마는 이 마당에 모두들 해도 너무 한다.

이제까지 한국의 정당은 패거리정치의 무대가 되었고, 정치판의 맹주와 족장들의 동맹체에 지나지 않았다. 건전한 여론을 창출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곳이 아니라, 맹주들의 성이었다. 선거에 승리한 맹주는 대통령이 되었고, 패배한 맹주는 정당이라는 성으로 돌아와 나라같은 살림을 차리고 대통령 같은 흉내를 내었다. 정당조직을 상설관료조직화하고, 이름만 잔뜩 부풀려 총재, 명예총재, 부총재, 각종 위원장, 대변인, 부대변인 등 거창한 직함을 내걸었다. 정상적인 정치활동은 팽개친채 수시로 「여야수뇌회동」을 하자고 해왔다. 이런 패권정당의 비대화는 결국 국가와 대통령, 국회의원의 지위와 권위를 추락시켰을 뿐아니라 정치를 마비시키고 말았다. 국회의원은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였고, 이런 붕당을 중심으로 한 장외정치의 일상화로 국회는 고함질과 멱살잡이나 하는 곳으로 되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이런 싸움판에 국고보조금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혈세까지 쓸어넣고 있다. 정당 운영비와 인건비로 국민의 세금을 쓰는 나라도 드물거니와 한해에 평균 250여억원씩을 가져가 회식비, 경조비, 온갖 잡비에까지 날리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선거가 있다는 이유로 작년에는 500여억원을 썼고, 올해는 820여억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선거공영제의 비용은 국고에서 따로 지급하는데도 이런 돈을 마구 가져가 써대고 있다.

건국이래 한국 정당의 이런 고질화한 폐해는 이제 개혁의 차원을 넘어 강도높은 혁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국민 대표자의 지위를 되찾아주고, 장내정치를 활성화하여 국회의 권위를 회복하는 일과 국가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일은 정당의 혁파에서 시작해야 한다. 선거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정당법 등으로 엮인 정치부문의 개혁은 정당의 혁파가 있어야 비로소 그 고리를 풀 수 있다. 정치개혁의 출발선은 정당의 혁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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