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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굴寺/둔황석굴이 경주로 옮겨온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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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굴寺/둔황석굴이 경주로 옮겨온듯…

입력
1998.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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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 뚫린 12개 굴마다 부처와 보살/정상엔 마애여래상의 미소/인근 기림사 괴목숲도 절경「한국의 둔황(敦煌)석굴」을 아십니까. 거대한 바위산에 12개의 굴을 뚫어 부처를 모시고, 벽화 대신 바위에 부처를 새겨 넣은 대역사(大役事)의 사원이 옛 신라땅에 있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호암리 골굴사(骨窟寺·주지 설적운·薛寂雲). 창건연대는 1,500여년전. 인도에서 온 승려들이 세웠다고 한다. 골굴사는 토함산(吐含山)이 뱉어낸 달을 머금는다는 함월산(含月山) 끝자락에 숨어서 불교문화와 민속신앙을 아우르며 꽃을 피웠다.

정상으로 가는 108계단 앞에 서면 왼편 산 중턱에 약 5m높이의 장대한 남근(男根)바위가 길손을 맞는다. 계단 정면에는 산신당(山神堂)의 여궁(女宮)이 부끄러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남근바위 참배후 여궁을 청소하고 밤샘기도를 하면 새벽녘 바위 아래에 정수(精水)가 고이고 이를 마시면 아들이 생긴다고 한다.

굴 12개는 12층짜리 건물처럼 층별로 나뉘어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 길은 밧줄을 잡아야 할 만큼 가파르다. 층마다 좁은 통로를 따라 다양한 넓이의 염불당(念佛堂)과 요사(寮舍)가 있고 그 안에 부처와 보살이 모셔져 있다. 정상에서는 마애여래좌상(보물 581호)이 동해 문무대왕릉을 향해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불교미술사학자 황수영(黃壽永) 박사의 해석에 따르면 석불 자리는 석굴암 본존불, 문무대왕릉과 함께 정삼각형을 이루는 지점으로 호국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마애불에서 일직선으로 연결된 하단부에서는 바위를 뚫고 약수가 솟는다. 4년 전 복원공사중 발견된 약수는 소화기와 순환계 고질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져 물이 고일 날이 없다.

스님과 신도들은 바위산을 오르내리고 약수로 목을 축이며 선무도(禪武道)를 익힌다. 적운 스님이 15년전 뿌리내린 선무도는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통해 안정을 얻고 대해탈에 이르는 수행방식. 수련시간(오전 9시∼10시30분, 오후 7시∼8시30분)에 맞추면 날렵한 몸동작을 구경할 수 있다.

골굴사에서 차로 5분쯤 가면 희귀불교유물의 소장처로 이름난 기림사(祇林寺·주지 김능혜·金能慧)가 나온다. 가족을 동반한 경우 절입구의 괴목숲은 훌륭한 쉼터.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이 더없이 시원하다. 경내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거리. 신라 선덕여왕때 세워진 이 절에는 대적광전(보물 833호) 소조비로자나 삼존불상(〃 958호), 이 불상에서 나온 전적(典籍·〃959호) 건칠보살좌상(〃415호)등 신라때부터 조선에 이르는 불교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희귀자료 350여점이 모여 있다. 분청사기를 구워서 팔고 전시하는 도예전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기림사를 나와 감포를 기점으로 북쪽 구룡포나 남쪽으로 가는 길은 마무리코스. 토함산과 함월산이 만들어낸 협곡 사이로 걷는 길은 산벚꽃 향기가 가득하다. 감포에서 구룡포쪽을 택할 땐 해안절경을 보는 기분이 상쾌하고 남쪽길에서는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3층석탑을 추가로 즐길 수 있다.

어렵게 떠난 경주여행길. 돌아서기 아쉬울 때 골굴사와 감포가는 길은 한 나절에 천년왕국을 다녀오게 해주는 최고의 패키지이다.<경주=최진환 기자>

▷가는 길◁

울산이나 포항행 항공편이 서울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매일 23편이 뜬다. 소요시간 50분. 공항버스는 포항에서 하루 8회, 울산에서는 10회 운행한다. 경주행 열차는 서울역에서 오전 9시30분과 오후 6시30분, 9시에 출발하며 4시간 정도 걸린다. 약 5시간 소요되는 고속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25편 정도 있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에서 경주인터체인지로 빠져 나와 4번국도를 탄다. 3월에 추령터널이 개통돼 골굴사까지는 20분이면 넉넉하다. 감포에서는 북쪽으로 31번도로를 따라 포항을 거쳐 경주로 오는 코스와 남쪽으로 929번 지방도를 따라 돌아오는 코스가 있다.

▷먹을거리◁

동해안 길을 따라 횟집이 즐비한데 감포항구내 레스토랑과 모텔시설을 갖춘 늘시원횟집(0561­44­1177)에 관광객이 몰린다. 시원한 복어탕을 잘하는 복어식당(〃775­5067)도 인기있다. 골굴사 주변에서는 대성장식당(〃44­1592)의 산채비빔밤과 칼국수가 구미를 당긴다.

◎경주주변 가볼만한곳

○영지와 괘릉

울산쪽으로 7번국도를 따라 20분쯤 가면 나온다. 불국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영지(影池)는 석가탑을 제작한 백제사람 아사달의 부인 아사녀가 남편을 기다리다 빠져 죽은 사랑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 근처에는 신라토기를 제작하고 전시·판매하는 서라벌요가 자리잡고 있다. 38대 원성왕의 능으로 추정되는 괘릉(掛陵)도 대표적인 명소. 주변 음식점으로는 괘릉을 지나서 동해민물매운탕집(0561­749­9696)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양동민속마을

15∼16세기께 형성된 전형적인 양반촌. 15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360여채의 고색창연한 기와집과 초가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에는 위대한 인물 3명이 태어날 것이라는 얘기가 내려오는데 중종때 청백리인 손중돈(孫中暾·1463∼1529)과 성리학자 이언적(李彦迪·1491∼1553)이 태어났으며 마지막 한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이언적 선생을 기려 세운 옥산서원과 기묘한 형태의 오류리 등나무를 볼 수 있다. 포항쪽 7번국도로 30분거리이다. 잉어찜을 잘하는 딱칠매운탕식당(0561­762­0449)이 유명하다.

○단석산과 생식마을

건천읍에 우뚝 솟아 있는 단석산은 김유신장군이 17세때 삼국통일의 포부를 안고 입산, 큰 바위를 단칼에 잘랐다는 전설이 있다. 김유신묘에서 서악동쪽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 최고의 비석조각으로 꼽히는 태종무열왕릉비와 서악고분군이 보인다. 산내면 우라리에는 음식을 불에 익히지 않고 먹는 사람들이 80가구 정도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4번도로를 타고 15분쯤 가면 된다. 근처에 생불고기단지가 있으며 지영식당(0561­751­5781)의 해장국 「사고디탕」이 먹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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